임상철 상지대 교수

임상철  상지대 교수
대통령 직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되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행 18개부 4처 18청 10위원회를 13부 2처 17청 5위원회로 축소·조정하는 개선안이다. 변화해야 하며 그것도 효율적, 건설적으로 변화, 진화되어야 한다. 민주화가 발달할수록 중앙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줄어들게 되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것이 조직개편의 당위성이다. 그러나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한다. 넉넉하지 못한 준비기간에 분에 넘치는 의욕은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염려되는 바는 통일부 폐지론이다. 외교적으로 통일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감성적 발상이며 대북업무 창구를 분산시켜 효율성을 기하겠다는 것은 의도하는 협상력제고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통일문제는 한민족의 문제임과 동시에 국제적 문제라는 이중적 특수성이 있는 복잡다단한 문제이다. 어느 한 축도 경시할 수 없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내부문제를 우선하여 남북이 슬기롭게 주동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통일문제를 국제적 외교마당에 펼쳐놓는다면 주변강국에 우리의 자주권을 넘겨주는 우를 범할 개연성이 발생될 수 있다. 한반도 문제해결에 주변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개입하여 패권다툼의 장이 되어 더욱 복잡하게 변질될 수도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외교력을 소유한 미국이 대북협상에 있어서 효험을 발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한반도의 숙명적 현실을 고려하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다면 해답은 자명해진다. 우리는 중국의 속국이 되기도 했었고 일본의 식민국이 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분단의 현실에 처해 있다. 자본주의체제인 세계 최강의 미국과 경제대국 일본, 사회주의 국가인 세계 최고의 인적 자원국 중국과 세계 최대의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연방이 한반도 네 귀퉁이를 에워싸고 있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상충하는 반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냉혹한 외교전에서 현실적으로 한반도통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공통분모는 한반도의 분단상태가 4강의 안전핀이며 상호 완충지역이라는 점이다. 통일문제를 외교력에 의지할 때 현실적인 해답은 중립국 혹은 영구적 분단국으로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전의 통일부 기능을 남북대화 등 핵심역량 기능위주로 재편하겠다는 목적 설정과는 달리 그 방법론이 합목적이지 못하다. 그 핵심내용은 기존 통일부의 업무 중에서 남북회담은 외교통일부로, 북한 이탈주민 지원사업은 지방자치단체로, 대북 경제협력사업은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로, 대북정보는 국가정보원으로 분산 이관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곧 통일부의 공중분해 선언이다. 북한의 대남창구가 다변화되어 있다면 인수위 안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현실은 북한의 대남창구가 통일전선부로 단일화되어있으며 북한 전체가 하나의 경직된 조직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남한만의 대북업무 분산은 혼동을 초래하며 협상력을 제고하는데 제한요인이 된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축적한 대북협상의 값진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실용적인 방안이 보완되어야 한다.

60년 분단시대의 끝자락에서 다행히 남북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었으며 분단비용이 줄어들었다. 반면 평화유지비용이 늘어난다는 퍼주기 비난도 있었다. 그러나 냉전과 단절시절에 지불하였던 막대한 분단비용을 생각한다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의 평화유지비용이라는 점이다. 교류협력의 시대에 남북간에 체결된 합의내용들은 아직 이행의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통일의 길목으로 다가가는 과정이다.

국토만의 통일, 강압적 통일이 아닌 온 사회의 통일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통일이다. 남한 선진사회의 틀과 앞선 경제력의 효험이 북한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이쯤에서 신정부의 통일정책은 외형적 조직개편보다는 내용적 보완을 기하는 ‘한나라 통일정책’이 되어야 한다. 앞서 추진되었던 ‘햇볕정책’과 ‘평화번영정책’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모색하여 최대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한나라 만들기 정책, 큰 나라 만들기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남북간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통일원군을 확보하는 외교력을 선진화하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충분하고도 진지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는 고뇌에 찬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의 신뢰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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