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영어교육활성화 방안 때문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교육학자들은 새로운 교육이 잘 정착될 수 있는가를 타진해 볼 때 개념적 규범적 가능성 등 세 가지 조건에 비쳐 판단할 것을 권한다. ‘개념적 조건’은 교육이란 무엇인가 즉 교육을 하는 일이 명백히 어떤 특징을 나타내고 있어야 하는 지를 규정하는 영역이다. 합의된 개념적 영역을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선택이 불가피한데, 이때 선택의 기준은 어떤 것이 우리에게 좋은 교육이냐를 의식하는 ‘규범적 조건’이다. 개념적 규범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계획이나 실천의 항목들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능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교육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어 구체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으로, 아무리 좋은 교육을 지향하는 이론이라 하더라도 실천 가능성이 없으면 무의미하거나 공상에 불과할 수 있음을 뜻한다.

인수위의 영어를 영어로 수업하자는 아이디어는 글로벌시대에 적합한 효율성 높은 교육 이론이다. 그러나 그것을 2010년부터 실현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회의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학자 이홍우는 교육 개선 성공의 최고 관건은 ‘교사교육’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새 교육방침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를 실천할 교사가 없다면 훌륭한 아이디어는 사장될 수밖에 없음을 우려하는 말이다. 결국 영어공교육의 실효성 여부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교사의 확보가 핵심요건인 셈인데 문제는 그게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 ‘발전하는 나라의 교육의 질’의 저자 비비는 실력없는 교사가 능력있는 교사가 해낼 수 있는 교육을 흉내내면 교육에서 역연금술이 펼쳐진다고 말한다. 즉 부실한 교사의 교육은 금덩어리 재원들을 납덩어리로 바꿀 수 있다는 소리이다. 영어가 안 되는 교사가 영어로만 수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예견될 수 있는 결과다. 밀어붙이면 될까 안 될까라는 정책을 결정할 때는 실패할 경우 손실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먼저 숙고해야 한다. 인간이 대상인 교육이 늘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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