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는 분명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에 나가 이기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히딩크호'가 데뷔무대인 칼스버그컵대회(1.24-27, 홍콩)에서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던지고 중동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대표팀이 파라과이를 꺾고 3위에 오른 27일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본격 지휘한 지 보름째 되는 날.

지금 당장 히딩크의 `생각하는 축구'의 색깔을 대표팀에 입히는 게 무리임에는 틀림없지만 칼스버그컵에서 드러난 갖가지 문제점들이 과거의 그것들과 별반 다름없어 보이기에 실망스런 부분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구나 플레이메이커를 없애고 수비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히딩크의 시도가 기본기 미숙으로 인한 잦은 패스미스로 빠른 공,수 전환을 막아 한국축구의 특색마저 흐리게 할 지 모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단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다.

먼저 히딩크축구의 요체인 4명의 `일자(一字) 수비'는 이번 칼스버그컵에서 측면돌파와 센터링에 의한 기습 공격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개인기 부족으로 쉽게 공격수를 놓쳐 실점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즉 미드필드를 탄탄하게 하면서 전반적으로 볼을 잡고 있는 시간은 많아졌지만 히딩크의 일자수비는 순간적인 공간침투로 오프사이드 트랩이 뚫리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지기 십상이었다.

공격에서도 플레이메이커의 도움 없이 밀집지역내 패스워크 등 유기적인 플레이를 강조했으나 개인기가 뒷받침되지 않는 터에 제대로 상대 진영을 돌파할 기회는 적었다.

왼쪽 날개로 포지션을 받은 고종수만이 뛰어난 개인기로 1대1 상황을 돌파, 공격의 활로를 열었을 뿐 그동안 `받아먹기'에 익숙했던 스트라이커들은 난관을 뚫지못하고 무리한 슛을 날리거나 백패스로 체면치레를 하기에 바빴다.

이에 따라 차라리 고종수를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했다면 공격이 더 나았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지단(프랑스) 같은 선수가 있다면 플레이메이커를 세울수 있다"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국축구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히 (내가 맡은 뒤로) 전력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1대1에서 뒤지는 개인기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경기운용 ▲위기시 공,수를 적절히 통제 못하는 심리적 측면에서 찾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 코치 모두 배우려는 자세에서 한국축구의 희망과 가능성을 엿본다"며 "일단 중동 원정 후 한국축구에 대한 파악이 끝내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히딩크 감독이 5월말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에서 자신의 색깔을 입힌 대표팀의 달라진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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