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서-前춘천시 산업경제국장


눈이 많이 내리는 해에 풍년이 든다는데 몇십년만에 눈이 많이 내려 빙판 사고가 잇따르고 산짐승 철새먹이 걱정으로 부산을 떨더니 이제는 십수년만의 계속되는 강추위가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니 이래 저래 서민들의 마음과 몸은 움츠려지고 있다.

폭설도 추위도 가히 위력이 대단하니 호들갑은 아닌 것 같다.

반면에 눈과 추위 때문에 겨울 특수를 맞아 호황을 누리며 즐기는 계층의 사람이나 방학을 맞아 추위를 잊고 즐기는 어린 학동들이 많으니 그런대로 겨울맛은 나는가 보다.

겨울 날씨가 푸근하면 하늘이 도와 서민 생활이 편하다 하고, 겨울 날씨가 추우면 여름질병이 줄어든다 했으니 눈과 추위가 적당히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늘은 백성을 생각하지 않고 눈과 추위를 한꺼번에 보내주니 가난한 백성 겨울나기가 더 힘들어 진다.

'눈이 많이 내리는 해에 풍년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눈 때문에 연초 시작부터 농민들의 피해가 대단하단다.

눈 때문에 값비싼 영농시설이 파손되고 추위 때문에 영농비용이 몇배로 들게 되니 가뜩이나 농가 부채 때문에 거리에 나섰던 농민들에게 걱정이 태산같다.

게다가 정부지원도 기대이하라니 이래저래 눈 때문에 연초부터 농민들의 주름만 깊어진다.

옛날엔 임금이 풍년제를 지냈었던가.

농촌 마을에서 풍년제를 지내고 추수를 감사해서 고사 지낸후 떡을 나누던 풍습이 흔했는데 이제는 기억속으로 들어간지 오래되었다.

실상 젊은 농민들이 풍년을 좋아 하는지, 싫어 하는지 가늠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눈이 많이 내려 풍년이 든다면 농민들의 근심이 없어질까?

벼농사가 풍년이 들었다 하자. 정부수매량 결정부터 수매가, 그리고 시장 쌀값이 기대치 이하로 곤두박질쳐 골탕 먹는 것은 농민의 몫이다. 많은 비용을 들인 시설원예농가가 생산량이 좀 늘었다하면 값이 땅바닥에 붙어 떨어질 줄 모르니 생산비는 커녕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풍작이라고 좋아할 농민이 있을까?

무, 배추, 파, 양파 할 것 없이 풍작만 들었다하면 반가워할리 없고 풍년들라고 기원드릴리도 없는 것 같다. 그러기에 좋아하는 농민들이 있을성 싶지도 않다.

사시시철 갖나온 채소가 식탁에 오르고 싱싱한 과일을 무시로 먹을 수 있는 소비자들이 농민들의 심경을 헤아려 볼일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그저 농민들은 풍년농사도 수지 맞는 농사도 바라지 않고 안정적인 값을 받으면서 마음편한 농사를 짓는 것이 소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U.R협상 이행으로 더욱 어지러워지는 우리들 농민들에게 올해에는 농산물값 제대로 받아 안정적인 생활 꾸려 나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까.

새해에는 소비자나 소비자단체, 유통업체, 농협이나 농정당국이 협력하여 농산물 소비를 촉진시키고 국민이 선도하는 메뉴도 개발하고 판매전략을 개발하고 더욱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고 또 과잉생산에 대비하여 가공, 저장시설도 확충하고 저리농사자금의 지원도 확대하고 농민들의 여론도 수렴하여 발전적인 시책을 구함으로써 희망을 주고 신뢰를 받는 농정이 구현되었으면 좋겠다.

농민이 신나는 농사를 짓고 비전있는 산업으로 인정하면서 힘들어도 고생이 되어도 재미를 누리는 농사가 되기를 염원하여 본다.

신사년 새해 눈 많이 내린 금년 한해 풍년은 아니더라도 농민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농민들에게 축복을 주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