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종 섭
강릉 복음교회 목사
“쾅 쾅” 자동차가 박치기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날아와 귓전을 때린다. 창 밖으로 내다보면 또 자동차 사고가 났다. 이러한 장면을 1년에도 수 십 번은 목격한다. 주로 사고 차량은 승용차이며 사고 운전자들 중에는 여성 운전자들이 많다.

우리 집 앞 도로 사거리 교차로는 신호등도 없는 2차선 도로이다. 그리고 얼마 안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가 있고 바로 옆에는 스쿨 존 지역이다. 모든 사고 차량들은 과속을 하거나 교차로를 지날 때에 일시 정차를 아니하고 좌우도 살피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난다. 그러므로 사고는 이미 예상된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국민의식의 문제이다. 성급한 것도 문제이지만, 준법 정신의 결여와 ‘나만 잘 되면 그만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개인 이기주의 의식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70년대에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천하면서 ‘황금만능’과 ‘개인이기주의’ 의식이 팽배해지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거나 위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라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질서와 준법정신 따위는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그러나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후진국일수록 결과에만 치중하고, 선진국은 ‘과정’을 더 중요시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결과’에만 매달렸다. 이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여겨야 한다. 남을 죽여서라도 나만 잘되면 그만이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자기가 잘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 사회는 결코 혼자만이 사는 사회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서로를 위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이다. 서로를 존중히 여기고 서로를 이해하며 서로를 귀히 여기며 서로를 위하는 국민적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3월에 에피포도 문학상을 받기 위해 미국엘 갔다. 그곳 목사님과 한국에서 간 일행들이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찾았다. 자연의 신비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은 한적한 시골길이다. 교차로에는 신호등도 없다. 그런데 운전하던 목사님이 교차로를 건널 때에 차를 세우지 않는가. 너무도 이상해서 “목사님, 빈 길인데 왜 차를 세웁니까?” 라고 필자가 물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은 “예, 미국에는 신호등이 없는 한산한 도로일지라도 모든 자동차는 반드시 3초씩 섰다가 가야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무릎을 딱 치면서 ‘아 이것이 미국의 저력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보건 말건 상관없이 법을 지키는 국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미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학교 수송차량인 황색 자동차가 운행 중에 도로변에 서면 그 시각 편도 4차선의 도로에 운행하는 모든 차량은 무조건 다 선다. 혹 어린아이들이 차에서 내려서 무의식중에 건너편으로 뛰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쿨버스가 떠나야만 모든 정차한 차량들도 움직인다. 거기서 나는 참으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국민들이구나, 이러므로 이 나라가 세계 최강국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떠한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모든 자동차는 3초씩 섰다가 가는가. 사고차량들이 서지 않고 달리기만 하기 때문에 교차로 사고가 나는 것이다. 이제는 누가 보든지 말든지, 다른 차가 오든지 아니 오든지 교차로에서는 무조건 3초씩 서서 좌우를 살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차보다는 사람이 더 귀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