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배·춘천시의회 부의장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서 널빤지 깔아놓고 손자, 손녀 돌보며 칭얼대지 말고 잠들라고 연방 부채질을 해주시는 할머니. 그 위로 퇴계동 과선교가 지나간다. 자동차 소음과 춘천∼서울을 오고가는 경춘선 기찻길 옆이다. 할머님, 할아버님들은 내가 눈이 띌 때마다 “박의원님, 우리 경로당 언제 지어 줄 거예요”라고 묻는다.

나는 “시장님한테 예산 세워서 지어 달라고 말씀드렸으니 조금만 참으세요”라고 답한다. 대답하고 돌아서니 마음이 아프다. 우선 동네 어르신들 겨울에 눈 피하시라고 지역 통장님과 상의해 컨테이너 박스를 하나 얻었다. 그리하여 일명 ‘컨테이너박스’ 경로당이 됐다. 그래도 어르신들은 컨테이너 경로당이 들어오는 날 모두 나와 보시고는 “저만해도 괜찮아, 수고하셨어” 하시며 따끈한 커피 한잔 끓여 주신다. 이에 “제가 다음에 신식으로 된 경로당 얼른지어 드릴게요” 라고 답한다.

주변에 시유지를 찾다보니 바로 옆에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시장한테 얘기하고 예산을 확보했다. 드디어 경로당 착공식을 갖고, 공사에 들어가니 동네 어르신들 전체가 총 감독님이 된다.

“아저씨 벽돌이 삐뚤어졌어요, 다시 해주세요”, “벽지 예쁜 것으로 해주시고 보일러는 기름적게 들어가는 것으로 놔주세요” 주문이 상당히 많다.

드디어 한해가 다가는 마지막달 어느날, 경로당 준공식이 있었다. 동장님의 경과보고와 시장 축사에 이어 경로당 입구에 ‘무린개 경로당’ 현판식을 한 후 테이프 커팅을 하는 순간, 어르신들 뒤편에 서 계시던 우리 통장 “와∼” 하고 소리내어 우신다. 무린개 경로당 준공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과 노력이 있었는가. 동네 어르신들은 “통장님,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라며 손수 돼지 한마리를 잡고,떡도 하셨다. 이날은 우리지역 축제날이었다.

오늘도 경로당에는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손자, 손녀 돌보며 이 추운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계신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로당, 그 이름 여섯자 ‘무린개 경로당’이다. 박근배·춘천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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