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한쪽 눈을 잃은 왕이 세 명의 화가를 불러 자신의 초상을 그리게 했다. 첫 번째 화가는 양쪽 눈이 모두 건강한 모습의 왕을 그렸다. 보기에는 좋았지만, 진실이 아니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왕의 마음을 기쁘게 하려 한 것이 오히려 왕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두 번째 화가는 한쪽 눈은 건강하고, 한쪽 눈은 애꾸인 모습 그대로 그렸다. 사실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결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림에 왕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세 번째 화가는 건강한 눈이 있는 옆모습에 초점을 맞춰 먼 산을 응시한 듯한 왕의 모습을 그렸다. 보기에도 좋고, 사실에도 반하지 않는 이 초상화를 왕은 아주 만족해했다.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사태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을 ‘지혜’라고 정의 내린다면, 왕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면서 사실에도 어긋나지 않는 초상화를 그린 세 번째 화가는 지극히 지혜로운 사람이다.

공자에게 제자 번지가 지혜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사람을 아는 일’이라고 답했다. 슬기롭게 행동하는 지적 안목이 신하의 지혜라면, 현명한 인재를 찾아 적소에 등용하는 것은 수장의 지혜이다. 국정이란 것이 어떤 사람을 어떻게 선발해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율곡의 ‘동호문답’에는 나라가 잘 다스려지는 두 가지 경우가 나온다. 하나는 임금이 뛰어나 영웅호걸을 제대로 등용하면 나라가 화평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설사 임금이 부족하더라도 어진 신하를 만나 모든 걸 맡기면 부국해진다는 것이다. 신하의 역할이 국치에 결정적임을 강조하는 말이다

차기정부 각료 후보자 명단을 당선자가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 수석진 인사 등에서 당선자의 선호로 지적된 ‘영남, 학자, 서울대’ 중심의 편중현상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침없는 간언을 통해 충신의 본보기로 유명한 당태종의 재상 위징은 바람직한 신하를 성신(聖臣) 양신(良臣) 충신(忠臣) 지신(智臣) 정신(貞臣) 직신(直臣) 등으로 명명한다. 각료 후보자들 모두 이런 이름으로 분류되기에 충분히 자질 있는 신하이기를.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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