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상 한번 안 차리고
명절 때도 외면하더니
죽어 화장한 후에야
울고불고
야단법석이다
세월에 찢긴 옥체
편안하게 못 해드리고
깊고 높은 뜻
선양하지 않다가
돌아가신 후에 울면 무얼 하나
한번 가버린 조상
어이 다시 모셔올까
후손들 정성 다해
옛 모습 복원한다지만
600살 혼은
어디서 모셔 오나
통곡하고
참회하라
조상의 예지와 숨결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무관심 한 죄
천추의 한이로다
높은 망루에 우뚝 서서
한양을 지켜온 600년
반도를 드는 힘
그대에게 있음을
생전에는 알지 못했는데
비명황사한 후에야 절감한다
화마에 휩싸인
옥체의 숨결
반도의 가슴들 찔러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
한강수를 이루네
이제는 산 조상을
정중히 모셔야 한다
뿌리를 자르고
어이 꽃 피우며
열매 맺으랴
이 땅을 지켜온
조상의 숨결 앞에
가슴이 저며온다
조상을 멀리한 숱한 허물
통곡하고
참회하라.
이종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