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시대의 막이 올랐다. 25일 0시를 기해 이명박 대통령이 이끌어갈 보수정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25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국내·외 귀빈과 외교 사절단이 대거 참석, 이명박시대의 개막을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36분간의 긴 취임사를 통해 향후 5년 국정 방향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총 8700자로 된 긴 연설문을 또박 또박 읽어갔다. ‘선진화의 길, 다 함께 열어갑시다’라는 제목에서 새 정부의 지향점이 잘 드러난다. 실용, 변화, 화합, 경쟁이라는 말이 요소 요소에 포석처럼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은 그 키워드를 돌다리 두드려 밟듯 단호한 어조로 취임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향후 5년의 이명박정부 시대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진단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 스스로 밝힌 대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 새정부가 선진화의 대장정에 나섰음을 선언하고, 모든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변화의 격랑에 좌초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출정의 변’처럼 들렸다. 취임사를 관통하는 기조가 그러하거니와 대통령의 어조는 영하의 날씨와 맞물려 더 비장하게 들렸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변화를 만들고, 그 흐름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소년이 노점상, 고학생, 일용노동자, 샐러리맨,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잇따라 거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자신의 인생 역정을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 자신이 성공한 것처럼 대한민국은 꿈을 꿀 수 있는 나라고,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취임식장은 그대로 이 대통령의 말을 가장 확실하게 보증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정부의 힘만으로 어려우며,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모와 교사, 기업인과 노동자, 청년과 군인 경찰, 종교인 시민운동가 언론인이 각자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자는 국민을 섬기고, 대통령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치의 빈틈도 없이 시세(時勢) 시류(時流)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간명하게 지향점을 제시하고 국민 각자의 몫까지 챙겨 주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공직자는 섬기고 대통령은 앞장서겠다는 말은 솔선수범하겠다는 각오인 동시에 국민에 대한 채근과 독려의 소리로 들린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이제 선진화가 시대의 과제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것도 온 국민이 다 함께 동행해야 할 길이라는 데서랴. 그러나 대통령의 취임사를 듣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다. 그것이 불가피한 도정이라고 하더라도 또 다시 길을 나서야 한다는 고단한 여행자의 심정이 없지 않다.

서민들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을 느낀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결연한 각오와 긴장을 촉구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가혹하리만치 무거운 의무를 부과하고, 단호하게 몰아칠 수 있어야 하는 것 또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자질의 일면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국민적 공감과 신뢰, 정당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정치와 그 정점에 선 지도자가 좀더 천착해야 할 본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스스로 향후 5년의 화두를 던져 놓은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의 말에서 국민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5년 뒤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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