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석 기

육군 76사단장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는 “한국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라고 말하며, 삼류수준의 한국축구를 일류 수준으로 만들어 신화를 창조한 장본인이다. 여타의 사람들은 히딩크를 리더십이 뛰어나서 이룬 쾌거라고 말을 한다. 당연지사 지휘관의 뛰어난 지략과 카리스마는 부하들을 이끄는 힘을 가져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은 축구경기에 임했던 11명 모두가 감독의 지휘의도를 알고 훈련에 임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리더십 중에 임파워먼트 리더십(impowerment leadership)이란 말이 나온다. 이 리더십은 지휘자의 탁월한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지휘자를 믿고 따라주는 부하들의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전쟁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부하와 지휘관의 전술개념 공감대 형성을 통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지휘전달이 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제한된 상태에서 지휘자는 수신호, 지형지물, 수기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하들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부하들이 잘 따라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영화속에서나 가능한 법한 일들이다. “훈련이 잘된 부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듯이 전시상황 이전에 전장실상을 기초한 교육이 이뤄져야만 지휘자가 지시하지 않아도 ‘부하들이 지휘자의 의도를 알고, 지휘자 또한 부하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가능한 법이다.’

히딩크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월드컵을 앞두고 수많은 전지훈련을 다니면서 승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심어주며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었으며 선수들 또한, 지휘자를 믿고 공존지수를 높였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일은 기초와 기본에 충실해야 하듯이 경기 전 훈련을 통해 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토대로 가장 기초적인 체력을 기르는 일부터 시작을 하며 식단편성, 선수 개개인의 스케줄까지 간섭을 하며 훈련에 임한 결과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축구경기 전에 히딩크는 선수들 하나하나를 일일이 지시하고 간섭을 하며, 한국선수들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꿈을 키워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면서 모든 승리를 미리 예감하며 히딩크는 말없이 앉아 허리케인 주먹만 보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에 맞게 몸이 움직여지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임무형 지휘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 또한, 76사단의 사단장으로서 임무형지휘의 구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부대에 처음와서 “제 자리에서 제 모습으로 제 구실을 다하는 76人이 되자” 라는 지휘의도를 기초로 자신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에 최선을 다하며 업무에 대한 공유를 통한 공존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번에 실시한 혹한기 훈련도 마찬가지다. 전시상황을 가장하여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고 중·소대장 지휘하에 수신호와 수기 등을 활용하여 전장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의사소통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하였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지휘관과 부하가 눈빛만으로도 의사소통이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이것이 임무형지휘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장차 어떤 훈련이든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이것 또한, 열악한 전장환경 속에서 통신장비 사용제한이라는 ‘엎친 데 덮친 격’ 으로 중압감만 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스러운 눈초리 속에서도 사단장을 믿고 진격상승 부대의 승리의 역사를 재조명해 나가는 일부분이라고 인식해 주는 전장병들이 있기에 이번 혹한기 훈련이 성공리에 끝나지 않았나 생각하며 임무형지휘를 위한 끊임없는 도약과 장병 서로간의 공감대 형성을 통해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어 강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지역주민, 나아가 국가와 국민을 위할 줄 아는 장병들이 되기를 바라며 지금도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한 중단없는 전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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