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첫 소감은 ‘국민을 섬기겠다’는 말이었다. 엊그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섬기는 정부’가 되겠다는 약속을 또 다시했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것으로 몸소 행해 보였던 예수님의 서번트십(servantship) 즉 섬김은 종이 주인에게 하듯 자신을 낮추면서 이기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기심이 있는 리더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 사로 잡혀 결코 섬김을 실천할 수 없으니, 남을 받들려면 자신부터 내려놓는 겸손이 선행돼야 한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조선초 문신 권근(權近)이 새 왕조를 칭송하여 지은 노래인 ‘상대별곡’에는 현명한 임금과 충직한 신하가 파트너를 이루면 태평성대가 온다는 “군명신직 태평성대(君明臣直 太平聖代)”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곧 똑똑한 임금이 되려면 신하의 직간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신하의 직언을 경청하는 왕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간을 한 현신 위징(魏徵), 이 두 사람이 협력하여 이룩한 당 태종의 태평성대가 그 좋은 예다. ‘다윗, 섬김의 리더십’의 저자는 편견 없이 조언을 폭 넓게 수용할 줄 아는 리더여야 따르는사람이 늘어난다고 한다.

한 일간지의 조사에 의하면 대통령의 최근 지지도가 많이 하락했다 한다. 하락 원인 중 하나가 그나마 반대 의견을 내던 원로 조언그룹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난 것이라 하니 새겨볼 만한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 곁에 ‘Yes충성’만 있다는 여론도 있다. 국민을 섬기고 싶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의심할 여지 없지만, 그 실천 여부가 미지수라 ‘모든 일은 입으로 말하기는 간단하나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는 담하용이(談何容易)란 말이 떠오른다.

정치는 전부 또는 전무가 아니라, 설득 협상 공감이 수반되는 타협이 필요한 일이므로 대통령의 의견일지라도 조율이 요구될 때가 있다. 아닌 것에는 ‘No’라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신하를 눈여겨 봐야 하고, 그 ‘No’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도량을 길러야 섬김을 실천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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