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대통령중심제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 최고통치권자는 당연히 대통령이고 내각책임제에서는 국무총리다. 그런데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내각제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새 총리의 취임식을 갖지 않는다.

이와 달리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반드시 새 대통령의 취임식을 거행하고 취임선서에 이어 재임기간동안 펼칠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취임사를 통해 내외에 천명한다.

대통령의 훌륭한 취임사, 탁월한 취임사, 명 취임사는 미사여구를 나열해 작성한 명문이 아니고 자기자랑과 업적과시 자기과신 등을 담은 내용도 아니며 또 신기루와 같이 허황된 공약을 마구 제시한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국민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여 정부시책과 국정에 적극 호응케 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국민이 처한 현 상황과 시국을 정확히 지적하면서 실질적이고 착실한 현실적인 국정계획-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는 성실과 진실 진정성 그리고 신뢰감을 갖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년이 되는 해이다. 60년 동안 국민직선 10회, 간접선거 7회 등으로 17명의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직선으로 선출된 대통령들의 취임식은 실외 야외에서 거행했고 간접선거에 의한 대통령들은 실내에서 거행됐다. 유신과 5공 등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데 따른 부끄러움 때문일까. 물론 간선 대통령 중에서 초대 이승만 대통령과 내각제하의 명목상의 대통령(윤보선)은 분명히 민주적 절차에 의해 국민동의하에 공정하게 선출됐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사에서 나름대로 취임당시의 국가적 상황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여 국가 경영에 관한 철학 비전 계획 등을 거창하게 밝혔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킨 취임사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민주정치 국민의 기본권 향상 경제발전 민생안정 국토방위 밝고 깨끗한 사회건설 지역감정 해소, 한국병 치유 등 화려한 약속들을 내세웠지만 제대로 지키고 이행한 대통령들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드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5공 단임제 이후 성공은커녕 대통령과 그 일족의 부정비리에 경쟁적으로 발을 담갔고 일부는 시정잡인과 같은 막말 등으로 국민을 절망케 하기도 했다. 모든 대통령들이 공은 없고 과만 있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명박 제17대 대통령이 25일 취임식을 갖고 새 정부를 출범시켰다. 취임사에서 섬기는 정부, 경제발전 및 사회통합, 문화 창달과 과학발전, 튼튼한 안보와 평화통일의 기반조성, 국제사회에 책임완수 등 5대 국정지표를 제시했다. 새 대통령의 대표화두는 실용과 선진화며 경제회생과 민생안정으로 이룩하겠다는 큰 포부를 천명했다. 이제 온 국민은 10년 만에 보수정권-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지켜보면서 그가 제시한 모든 국정과제와 공약들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기원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은 개인의 성공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성공이 될 것이다.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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