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성 군
농협 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 박사)
강원만의 매력으로 외국관광객 유치하자 강원도에 대한 동남아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한국 농촌을 투어하려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 평창군 도암면 횡계2리는 눈구경 하기가 힘든 동남아 외국인들을 겨냥해, 눈썰매장, 스노모빌투어, 스노래프팅 등의 상품을 선보여 매년 7,000여명의 동남아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난해 매출액이 4억원에 달했다. 최근엔 4륜 오토바이, 치즈 만들기, 양떼 몰기 등 사계절 상품도 개발돼 외국인 방문객은 계속 늘어날 추세다. 앞으로 우리 농산어촌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이색 농장들이 계속 늘어날 것임은 분명하다. 유럽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이런 일을 조직적이고 폭넓게 하고 있다. 60년대 이후 일관되게 추진돼 온 공동농업정책의 영향 하에서 유럽의 농업과 농촌은 농업계를 중심으로 도시화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전개해왔다. 그 결과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돼 도시와 농촌간에 조화로운 상생관계가 형성되어, 농촌지역에 어메니티자원을 기반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특히 90년대 이후에는 농업활동에 관한 정의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즉, 재화생산중심의 농업활동에 대한 정의에서 점차 서비스 생산으로서의 농업활동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농산물이라는 재화생산 중심의 농업활동에서 점차 농촌지역의 어메니티 자원을 활용한 농촌관광 활동 등 서비스 생산 활동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서비스농업의 대두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를 반영해 90년대를 전후해 서구에서는 농가에서 이루어지는 농촌관광활동을 농업활동으로 간주하는 등 농업에 대한 기존의 법률적 개념을 수정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농업정책을 통한 농촌관광 지원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하나는 슬로시티운동이다. 슬로시티는 현재 문명을 거부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이념이 아닌 보다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자는데 있다. 슬로시티운동은 1999년 10월 15일 이탈리아의 오르비에토에 그레베 인 키안티, 브라, 포시타노 등 슬로푸드 운동을 벌이고 있는 네 도시의 시장이 모여 슬로시티를 선언했으며, 이탈리아 55곳, 영국·스페인 8곳, 독일 5곳, 폴란드·포르투갈 4곳, 노르웨이·벨기에 3곳, 오스트레일리아 2곳, 뉴질랜드 1곳 등 총 10개국 93개 도시가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다 슬로시티국제연맹은 지난해 12월 1일 이탈리아 그레베인 키안티에서 열린 총회에서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신안군 증도면, 완도군 청산면 등 대한민국 4개지역을 슬로시티로 지정했다. 그 결과 총 11개국 97개 도시가 인증을 받게 된 셈이다. 슬우 시티로 지정받으려면 슬우 시티 국제연맹본부의 현지답사를 거쳐 일정기준을 통과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가입 조건은 우선 고유의 전통문화와 토착음식이 있어야 하며 유기농과 특산품 및 공예품을 자체 생산하고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음을 전제로 한다. 일단 가입이 되면 세계 100여개 도시와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지역 자원의 브랜드화가 가능하고, 이를 관광 상품과 연계할 경우 주민 소득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강원도는 유럽의 슬로 시티 못지않은 천혜의 경관, 휴양자원, 역동적이고 짜릿한 체험거리가 줄줄이 늘어서 있고, 다양한 콘셉트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이다. 농업·농촌과 사계절이 없다시피한 동남아인들은 강원도의 이런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한류열풍과 매력 만점인 강원도의 체험관광상품을 결합한 슬로시티 운동을 추진하여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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