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용 춘
강원체신청 우편물류팀장
문화처럼 자주, 다양하게 쓰이는 단어도 찾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문화란 한 사회에서 그 구성원들에 의해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공유되고 학습되는 가치, 규범, 사고방식, 관습이나 행동방식 등을 말한다. 이는 경제발전 단계나 기술변화, 정치상황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얼마전 600년 역사의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어느 우민(愚民)의 방화로 사라짐으로써 문화, 문화재란 단어가 수없이 회자되고 있다. 이 사건은 우리가 가꾸고 후손에게 전해야 할 중요한 문화재를 잃어버리는 큰 대가를 치르면서 문화재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주위에는 지키고 가꾸어야 할 문화가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우표문화다. 지금은 메일과 휴대전화의 대중화로 우표수집의 인기가 예전 같지 못하지만 7080세대들은 새 우표가 발행되는 날이면 한번쯤은 우체국 앞에서 줄을 섰던 낭만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취미우표 수집이 통신판매방법으로 바뀌어 줄지어 기다리는 수고를 덜어 주었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우표에서 배운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고 하였다. 단지, 그림 하나 들어있는 우표이지만 아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의 우표는 단순히 서신교환의 기능뿐만 아니라 자연, 역사, 사회, 인물, 유적 등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예술의 꽃으로서 종합예술작품의 역할도 해 취미 중의 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표수집이 최고의 취미로 꼽히고 잘 정리된 우표수집철을 ‘지식과 상식의 보석함’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표문화의 출발은 우표수집에서 비롯된다. 우표를 수집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첫째 저축이 될 수 있다. 모으고 감상하고 성취감에 도취되다 보면 우표는 액면가에 관계없이 날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표는 오직 한 장 남아 있는 1856년 영국령 가이아나에서 발행한 가이아나 임시우표로, 추정가가 무려 36억원에 달한다.

둘째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우표 발행목적을 눈여겨 보는 것만으로도 귀중한 지식과 상식이 생긴다. 인물, 풍속, 종교, 철학, 예술문화, 과학 등 여러 분야가 우표에 인쇄되므로 다양한 지식과 문화를 접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셋째 우표는 각국의 명승고적, 전통과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반영하므로 국내외 정세에 밝아지고, 앉아서 다른 나라를 관광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 우표를 수집하고 분류함으로써 계통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길러지고, 적은 돈으로도 고상한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다.

다섯째 우표의 도안구성이나 제작자의 예술성을 연구감상하고, 문화적 예술 가치를 알리려고 함으로써 수집가는 주의력이 길러지고, 예술적 심미안이 생긴다.

IT기술의 발달로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보편화되어 매우 편리한 세상이 되었으나, 그 이면에는 빠른 속도, 무한한 변화와 경쟁이 요구되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항상 조급해 하고 생각의 여유가 없이 생활하고 있다. 사회, 국가는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문지식의 제공뿐만 아니라 정서함양에 이로운 우표수집이 그 대안일 수 있다.

취미활동은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이 조화로워야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동적인 취미활동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고, 마땅한 취미가 없어 더 쓸쓸해 하기도 한다. 우표수집이 젊은이의 전유물은 아니다. 돈도 적게 들고, 규격이 작기 때문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정리할 수 있는 우표수집은 오히려 노년에 해 볼 만한 취미다. 숭례문은 지금까지 우표디자인 소재로 14회 등장하였는데 조속히 복원되어 다시 우표디자인 소재로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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