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창

춘천 제자교회 목사
(춘천 연탄은행 대표)
미(美) 비손신학교 복음주의 신학자 캘빈 밀러(Calvin Miller)는 “기적이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 삶의 질은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기적과 신비가 인간의 절망 속으로 들어오면, 다리를 저는 사람이 마라톤에서 승리를 거두는 기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기적은 맹물 같은 우리 일상을 열정적이고 농축된 포도주 같은 삶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기적은 바다가 갈라지고 죽은 자가 일어나고 하늘에서 만나가 내리는 것만이 아니다. 또 기적은 두드리면 원하는 것이 나오는 요술방망이도 아니고, 눈감고 있으면 부드러운 입맞춤으로 깨워주는 눈부신 왕자와 같은 모습도 아니다.

우리 삶을 붉은 포도주 같은 열정적인 삶으로 변화시키는 진정한 기적은 우리 이성과 환경을 뛰어넘어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 중에 경험할 수 있다. 사랑을 속삭이는 딸의 목소리에서, 장미 한 송이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해맑은 눈동자에서, 하늘에서 펑펑 내려오는 새하얀 눈 속에서, 딱딱한 대지를 뚫고 일어서는 작은 새싹에서,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노래 속에서, 파란 하늘에서, 따뜻한 햇볕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깊은 잠에서 눈을 뜰 때에도, 출근길 발걸음에서도, 심지어 냄새나는 화장실에서도 기적을 찾을 수 있다. 일상의 삶 자체가 기적임을 깨닫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병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가 보면,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적 같은 일인지 알 수 있다. 숨을 쉬고 두 다리로 걷고, 노래하며, 자동차를 타고, 차를 마시며, 영화를 보며, 여행을 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이며, 기적 중에 기적인지 모른다. 편안히 숨을 쉬지 못하고, 걷지도 일어서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차를 타고 마음대로 다닐 수도 없고, 그 흔한 영화를 선택해서 볼 수도 없고, 여행하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봉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어떤 분은 마음껏 소리 높여 노래하고 싶지만 후두암으로 목을 수술해서 쇠(鐵)소리 외에는 목소리가 나오질 않아 괴로워한다. 또 어떤 분은 어려서 글을 깨우치지 못해 책을 마음대로 보고 읽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또 어떤 분은 어려운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지만 건강이 여의치 않아 슬퍼하는 분도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굴레를 한 꺼풀 들추고 그 곳에서 보석처럼 점점이 박혀 있는 기적을 보는 순간, 우리의 무미건조한 삶은 생명력 있는 삶으로 변화될 것이다. 기적의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절망의 어둠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기적 자체가 아니라 기적을 보는 우리 눈이다. 호주 신학자 마이클 프로스트(Michael Frost)는 ‘일상, 하나님의 신비’라는 책에서 “현대인은 일상 속에서 전율하는 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것은 우리 삶에 점점이 박혀 있는 기적을 볼 줄 모른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제대로 삶을 감동하며 전율하며 감격하며 살 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겹 속에 숨어 있는 기적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해석이다. 삶의 매순간을 기적의 눈으로 해석할 수만 있다면 젖은 솜처럼 무겁게 반복되는 일상, 불안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감동을 넘어 영혼이 전율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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