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 사고현장을 다녀와서

▲ 박재엽

도 이·통장연합회 사무처장
도내 일부 지역에 때늦은 폭설이 봄을 시샘하고 있기는 하지만, 벌써 양지 바른 곳에서는 새싹이 돋아나는 약동의 계절 문턱에 와 있다.

이와 함께 태안에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도 한 계절을 넘어 어언 80여일이 지났다.

지난 2월 28일부터 29일까지, 마을의 일꾼으로서 몸이 열이라도 모자라는 우리 도내 이장·통장 85명으로 구성된 ‘강원도이·통장연합회봉사단’이 태안 기름유출 피해현장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그동안 강원도가 겪은 크고 작은 재난시 타 시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다소나마 보답한다는 뜻으로 1박 2일의 일정을 잡아 출발하긴 했으나 적잖이 우려의 마음도 있었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가 가서 태안 주민들께 진정한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부담을 주거나 부정적인 모습으로 비치지는 않을 것인가 하는 등 일말의 걱정이 발걸음을 가볍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하자 태안군 부군수를 비롯, 태안군이장협의회장 등 13명의 공무원 및 인근마을 이장들께서 아주 반갑게 맞아주면서, 사람이 그리운 그들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도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모두가 내일처럼 열심히 봉사하는 일행을 보면서, 그 어느 단체에서도 엄두조차 내지 못할 힘든 일을 마다않고 끝까지 마무리 해 내는 강원도 지킴이들의 뚝심에, 우려의 마음이 한순간에 날아가고 오히려 가슴 뭉클한 감동의 느낌을 받았다. 비단, 나 혼자뿐만 아니고 봉사활동에 참여한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지 주민들이 몇 번이고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더불어, 완벽하게 정리한 피해현장을 태안군 관내 많은 분들에게 견학시키겠다고까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진정한 고마움의 표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스스로 자부심과 함께 보람도 느꼈다.

이러한 것들이 진정한 봉사의 가치가 아닐는지.

광역시도의 이름으로 봉사활동을 펼친 단체로서는 이번 우리가 처음이라 했다. 강원도의 명예를 한껏 드높인 계기였다.

모쪼록, 이번에 보여준 도내 이·통장들의 역량이 저들에게 큰 용기와 힘을 주고, 또한 우리 지역 발전에도 큰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아직도 태안은 많은 봉사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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