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우리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오는가 싶더니 1, 2학년 교실이 온통 시끄럽다. 교실에 있는 책걸상 그리고 뒤편의 사물함과 심지어 컴퓨터 책상까지 모두 들어내 놓고 바닥에 물 뿌리고 세제 뿌려가며 온갖 찌든 때를 모두 닦아낸다.
담임선생님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컴퓨터 뒤편 찌든 먼지 하나하나 닦아내는 모습은 어릴 때 소꿉장난하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1년 경력 새내기 여선생님이 출입문을 들어내어 닦으려고 전기드릴 들고 잰걸음에 바쁘다. 부담임 선생님 그리고 기간제로 근무하시는 선생님까지 정말 믿어지지 않는 모습들이다. 회식이나 식사 자리에서는 당연히 선배들이 사는 것이라 믿는지 밥 한 끼 사는 데는 인색한 젊은 선생님들, 집에서는 청소라곤 해 보지 않은 아이들…. 그러나 오늘 만큼은 무척 즐겁다. 1,2학년 14개 반 중에 11개 반이 일요일 대청소를 하고 있다. 1,2,3학년 모든 반이 아니라서 좋다. 획일적이 아닌 느낌이기에 더욱 좋다. 그들은 교감인 나에게 정식 보고도 하지 않았다. 그냥 느낌으로 알고 있을 뿐이고 일요일에 나와서 청소하는 것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오늘 토익 감독 수당 받아서 청소하는 아이들 자장면 사주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안 나오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단다. 그런데 많이 나와 줘서 고맙다고 자기들끼리 속삭이며 만족해한다. 학교의 앞날이 밝아 보인다. 요즘 선생님 요즘 아이들의 활력적인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 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청소하는 모습 두 번 돌아보다가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실수(?)를 했다. 디지털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니던 습관이었는데 일주일 새내기 교감의 허둥댐이 아닐까? 교무실 지키느라 점심도 제대로 해결 못하고 일요일 오후 4시에 퇴근하는 마음은 무엇인지 꽉 차있는 듯한 기분이다. 늦은 오후 따사로운 봄기운이 한결 편안함을 안겨준다. 이길환·원주 대성중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