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90년대 여야는 중앙당에서 당 간부들로 심사위를 구성해 공천작업을 벌였다. 결과는 여당은 당 총재인 대통령의 독단공천, 독재공천, 야당은 밀실공천·돈공천 계파공천 낙하산 공천이었다.
그런데 요즘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극심한 공천홍역을 앓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친 이명박계와 친 박근혜계 간의 힘겨루기가 주원인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친이 측이 보이지 않는 손을 써 원내외 자파 인사들을 잇따라 낙천시키고 있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친 이측은 외부인사들이 주도하는 공천심사위원회를 모독하는 행위라고 반박하는 등 어수선하다.
그러나 엄격심사를 공언했던 한나라당 심사위가 11일 현재 245개 선거구 중 확정한 167곳 가운데 여러 명의 철새족, 그리고 전과경력자까지 공천한 것은 문제가 적지 않다.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줄 곧 지지율이 11~20%선에 머무르고 있는 통합민주당에 있어 법조인 출신의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행보는 “저승사자” “흑기사” “잔다르크” “염라대왕”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단연 화제감이다. 부정비리의 전력자는 공천불가라는 당헌규정을 고수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측근 등 11명의 정계 재진입을 차단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단수 신청자를 그대로 공천 확정한 55곳 중 현역의원 38명 전원을 포함시킨 것은 실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심사위가 설정한 의정활동 당 활동에 모두가 합격점이라는 것도 그렇고 비리의혹으로 재판에 계류 중인 인사까지 모두 포함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단 문제 있는 곳은 유보 또는 낙천한 후 당에 새 인물을 발굴하도록 권유했어야 했다.
이제 금주 말은 양당 심사위가 넘어야 할 최대의 고비다. 한나라당은 강남과 특히 영남지역에서 얼마나 얼굴을 교체하고 민주당은 호남에서 과연 30%물갈이를 강행할지 궁금하다. 어차피 변화와 개혁 쇄신에는 저항과 반발이 있게 마련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공정성 엄정성 과학성이다. 엄정하고 과단성 있는 공천 계파와 지역 계층에 좌우되는 흔들리는 공천은 18대 총선에서 정확하게 평가받게 될 것이다. 파벌공천·밀실공천·지역공천은 타파돼야 한다. 구태공천은 총선패배의 지름길이다.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