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역할 중 어떤 것이 가장 으뜸 역할일까?’라는 질문은 교육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교사 개인의 품성이 훌륭하여 인격적인 감화를 주는 정의적 역할도 중요하지만, 교사라면 효율적으로 잘 가르치는 일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할 역할이라는 것이 보편적 생각이다. 가르침을 담당하는 ‘스승’이란 말도 먼저 진리에 입문해서 깨달은 영적인 선각자라는 뜻이니, 결국 교육은 성숙한 사람이 아직 미성숙한 사람을 자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지적 계도의 과정인 셈이다 .

2007년 서울대가 학부생 천백 명을 대상으로 좋은 강의는 어떤 강의인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교수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강의, 수업내용이 알찬 강의, 교수의 열의가 높고 학생과 상호작용이 활발한 강의, 적절한 과제가 부여되는 강의, 교수의 수업 운영 기술이 돋보이는 강의 등이 좋은 강의로 분류되었다. 결론적으로 실력 있는 선생님이 열정을 갖고 다양한 수업방법으로 학생들을 참여시킬 때 학생들이 선호하는 좋은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소리이다.

잘 가르치는 사람은 늘 열정적으로 그리고 근면하게 교육에 임한다. ‘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고는 결코 남들보다 우뚝 보람을 나타낼 수 없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한 귀절처럼 교사의 열정과 노력만이 좋은 수업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열정을 다 할 수 없는 상황인 데도 가르치는 일에 정성이 남다른 스승들은 우리시대의 사표(師表)가 된다.

성균관대 이기용 교수는 종강까지 암 투병을 숨기며 수업에 열의를 다하다 체력의 소진으로 마지막 강의 후 몇시간 만에 사망했다. ‘죽더라도 강단에서 죽겠다’는 말을 늘 할 정도로 그는 교육에 대한 소명의식이 강했다. 서울대 이상묵 교수는 교통사고로 마비 된 몸을 벨트로 전동휠체어에 묶고 빨대처럼 생긴 마우스에 입김을 불어 넣어 컴퓨터를 조작해 가며 수업을 진행한다. ‘강단에 서면 내가 일을 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는 이상묵 교수의 말은 가르치는 일에 열정적이지도 성실하지도 않은 오늘 날의 일부 스승들에게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