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패션 리더라는 평을 받아 온 엄정화 황신혜 등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여성 속옷이 인기가 높아 기존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홈쇼핑 방송마다 몇억 원의 판매를 기록하고, 심한 경우 론칭 3개월 만에 1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한 브랜드도 있다. 겉옷과 속옷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속옷의 구매 주기가 짧아졌기 때문에 판매가 증가한 것이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이는 속옷의 개념이 한번 구입하면 다시 필요할 때까지는 사지 않는 제품이 아니라, 겉옷처럼 유행과 디자인따라 구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소리다.

연예인 속옷의 경우 자주 신상품을 출시하지만 일회 생산량이 많지 않아 흔한 속옷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또 연예인 속옷은 다양한 디자인에 비해 기존 브랜드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해 구매 충동을 유도한다. 이처럼 빠르게 생산 유통 소비하여 유행을 즉각 반영하는 방식을 ‘패스트 패션’이라 한다. 결국 연예인 속옷의 대박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최신의 트렌드를 가장 스피드하게 반영하는 패스트 패션의 특징에 기인한다.

패션의 소비 패턴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번 봄부터 신사 정장 주 브랜드들이 새로 출시되는 정장의 가격을 대폭 내리고 노세일 정책을 실시할 예정이라 한다. LG 경제연구원은 브랜드 감성과 합리적 가격의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에 만족하지 않고 두 가지 다 욕심을 내는 소비자를 밸류 컨슈머(value consumer)라 했다. 예의 신사 정상 노세일 마케팅은 바로 이 밸류 컨슈머를 의식한 전략이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책 ‘생각의 속도’에서 90년대가 기술을 강조하는 엔지니어 시대이면 2000년대는 스피드를 강조하는 속도의 시대라고 말한다. 급변하는 환경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 서비스를 남보다 빠르게 제공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패스트 패션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가 디자인과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 대처한 결과다. 연예인 속옷으로 대변되는 패스트 패션 트렌드는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도 스스로 대응력을 키우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움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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