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춘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선 2차례에 걸쳐 선거 이변이 발생했다.

하나는 1976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땅콩농장 주인으로 조지아 주지사를 지낸 지미 카터가 포드 대통령을 꺾고 당선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2년 뒤인 1978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35%이상이 신인이 당선된 것이다. 카터가 대권을 잡게 된 것은 전적으로 워터게이트 사건 덕분이고 하원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게 된 것은 소위 ‘박동선사건’ 때문이라는 게 현지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한국계인 박씨가 워싱턴에 조지타운 클럽이라는 초호화판 고급살롱을 열고 당시 칼 앨버트 의장 등 하원과 민주당 간부들을 초청 향응을 베풀고 정치자금을 돌린 것.

하원의 35% 이상의 물갈이는 20세기 들어 역대 선거 중 최대규모로 국민들은 이제야 정치가 깨끗한 정치풍토 속에서 제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초선의원들이 낡은 제도와 관행을 타파한 것은 좋았으나 의정에 대한 경험 부족과 개인주의와 인기영합, 포퓰리즘에 몰두함으로써 비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의정활동을 보여줘 실망으로 바뀌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여야당의 지역구 후보 공천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모양이다. 근 2개월 동안 다른 정치활동 정당 활동은 아예 접다시피하고 몰두한 국회의원 후보공천 작업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때로는 특히 초기에는 신선함과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 엄정한 공천과는 거리를 나타내 의아해 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나 요즘 미국에서 출발한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파장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의 환율 물가 유가 원자재가 등이 요동을 치는 상황에 각당은 국민을 위로·격려하는 성명이나 한가닥 대책·대안도 제시 않고 나몰라라 하며 공천에만 몰두하는 자세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동안 공천의 경우 한나라당이 비리관련자들을 제외시키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경남에서 25명 등 현역의원 총 50명(39%)을 교체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당저당으로 옮겨 다닌 철새족들과 비리전력자에 대한 공천을 시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일부 중량급 그리고 인기 있는 인사는 그렇다 치고 낙천된 사람을 신청도 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결정한 것은 현지지역민을 무시·모독하는 처사가 분명하다.

통합민주당의 박재승 심사위원장이 비리전력과 관련, 박지원 전 장관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등을 공천에서 제외시켜 대선패배로 추락·파탄된 당의 위상을 끌어올린 것은 적지않은 공이라 하겠다. 그러나 단수신청한 서울 등 수도권에 현역의원들을 대부분 공천하고 호남 물갈이에 있어 의원총회와 국회 회의 참석 등을 고과하고 형식적인 여론조사로 시도한 것은 시행착오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물론 당외 인사를 참여시키고 법조인을 위원장에 내정해 어느 정도 공정심사를 위해 노력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중앙당 공천, 하향식 공천은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각 당은 18대 총선직후부터 각 지역에서 당원들에 의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후보공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2년 뒤 제5기 전국지방선거서부터 당원들에게 공직후보공천권을 돌려줘야 한다. 현지 출신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장의 전횡과 독단을 막고 공정경선을 위해서는 현지의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당외 인사로 선거관리위를 구성해 당원·대의원·명부정리서부터 선거운동 투개표 관리를 전담시키는 것을 적극 강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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