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밀가루 가격이 하루만에 20% 넘게 폭등하는 등 국제 곡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언론들은 식량위기를 우려하는 경고를 앞 다투어 쏟아 내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 위기가 현실화 되면서 세계 곡물수급의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시장에서 자국내 소비량 확보전이 가속화되고 수출국들이 ‘곡물 무기화’의 조짐까지 보이면서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세계 제2의 쌀 수출국 베트남은 지난 7월 신규수출계약을 중단했고, 세계 3위의 쌀 수출국 인도 역시 쌀과 밀의 수출을 금지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 3위의 밀 수출국이자 세계 5위의 보리 수출국인 러시아도 이들 품목에 각각 10%와 30%의 수출관세를 부과했으며 중국 또한 지난해 말 84개 곡물에 대해 수출부가가치세 환급을 폐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농산물과 가공품 57개 품목에 대해 5~25%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곡물 수출국들이 이제는 외화획득보다는 자국의 공급량확보와 식품가격안정에 주력하기 시작했으며, 곡물 수출국들의 이런 조치는 국제 곡물 시세를 급등시키는 요인인 동시에 수입국 입장에서 돈을 주고도 물량확보가 어렵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식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식량을 자급해 식량안보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일본, 스위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100%가 넘는 식량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과 스위스는 법률을 제정하여 식량안전보장을 농정의 핵심으로 삼고 식량자급률 목표를 설정하여 관리를 하고 있다.

사료를 포함한 곡물자급도가 28% 수준에 불과한 우리 나라는 국제곡물수급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 곡물과 사료가격 폭등으로 육류나 유제품을 위시한 식료품 가격이 상승하는 이른바 농업발 인플레이션인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축산물 생산의 주요투입재인 사료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축산농가의 도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밀값이 오르면서 밀가루값이 상승하고 연이어 라면, 과자 값과 음식값이 올라 이는 서민경제의 주름살로 이어지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곡물 수입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감안해 쌀은 최대한 자급기반을 유지하고, 휴경지를 이용한 사료작물 재배는 물론 청보리 등을 적극 재배해 사료곡물의 수입의존도를 최대한 낮춰 가야 할 것이다. 해외농업 개발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 곡물가격 동향과 주요수출국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밀 옥수수 등에 대한 할당관세 인하검토와 함께 가격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물거래도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윤병록·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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