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에게 무려 350만여 표차로 대승,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을 때 한나라당은 이 여세대로라면 18대 총선에서도 200석이 넘는 전체의석의 70~75%석권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도 안돼 국회의원선거를 코앞에 두고 내분으로 당이 비틀거리고 있다. 지역구 후보공천과 관련 박근혜 전 대표계의 ‘계파죽이기·음모·기획공천’이라는 강한 반발속의 박 전대표의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발언, 이를 무마하기 위한 강재섭 대표의 불출마선언, 친 이명박 계를 포함한 수도권후보 55명의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사퇴촉구, 이명박 계의 양대 기둥인 친형 이 부의장과 이재오 의원 간의 내분 등은 국민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가깝게는 당이 엄정공천 약속에도 불구하고 원칙에 어긋난 예외적 공천을 했기 때문이다. 비리 전력과 철새족 등을 공천하고 특히 원로 다선의원은 퇴진시킨다는 방침과는 달리 73세의 이상득 부의장(5선)만을 공천한 것 등이 문제가 된 것이다. 아울러 먼 원인은 당 지도부 이재오 의원, 박 전 대표 계 등도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장악을 지나치게 의식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대선서의 압승·대승에 따른 지나친 자만과 과신으로 공천도 당 운영도 지도부의 의도대로 쉽게 생각하고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비주류건 누구이건 공천에서 탈락시켰으면 어떤 성적과 이유로 그렇게 됐는지 국민 앞에 분명히 알리고 반드시 약속대로 원칙공천을 했어야 했다. 낙천자들은 친박연대 무소속연대로 출마하는 등 한나라당은 모든 정당과 후보들에게 포위되어 있다. “200석 자신”은 뿌리째 흔들린지 오래다. 만일 이번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이명박 새 정부의 나갈 길과 위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국민이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은 반성과 함께 겸손해야 한다. 노 정권과 상대당의 실수로 지지율이 올랐던 때는 이미 지났다. ‘안정론’을 외친다고 표가 저절로 몰려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공천파동과 내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반성한 후 너그러운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아울러 이상득·이재오 의원 등은 더 이상 국민에게 우려와 의혹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