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빈강릉시 경제진흥국장
우리 강릉지역은 기후대가 온난하여 과거부터 고을마다 유난히 감나무가 많았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감나무와 관련된 사연도 많다.

늦가을 시골집 마당 옆에 곶감덕을 만들어 감을 깎아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또한 곶감이 상품으로 거래도 많아 현 강릉중앙시장 한편에는 곶감시장이 따로 형성되었고 곶감을 팔아서 자식들 공부시키는 집들도 꽤나 있을 정도로 강릉에서의 감에 대한 애정은 이렇듯 깊이 스며 있다.

옛 대관령 아흔아홉구비에도 곶감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고 오죽헌, 선교장 등 전통 문화재 주변에도 감나무가 있듯이, 강릉지역은 감에 대한 추억이 어려 있는 지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걸쳐 우리 강릉지방에 기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잘 부합되고 특색있는 가로수를 조성해 보고자하여 구 감나무로, 남강로, 가작로, 율곡로 구간에 감나무 가로수를 식재하게 되었다.

또한 감나무 가로수 수종선택 당시에는 주변 여건이나 환경, 감나무 가로수 경관 등이 적합하였고 식재구간 중 구 감나무로와 가작로는 차량통행조차 거의 없는 비포장 도로 상태였다.

그때의 환경조건하에서는 생육과 결실, 경관연출, 병충해 감염 등에 별 문제점이 없었다. 하지만 경제 수준 향상과 도시화에 의한 도로주변의 상가 및 주택증가에 따른 주변 환경 변화, 특히 차량증가에 의한 대기 환경의 오염으로 병충해 감염이 오기 시작하였고, 주변 주민들은 낙과로 인해 도로변이 지저분해지고 인도 블록이 변색되는 등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자 교체 요구를 해오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감나무 가로수 조성 배경과 취지 등을 설명하며 유지시켜 보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감나무 가로수 병충해 방제를 시기에 맞춰 지속적으로 계속해 왔으나, 공해에 약한 특성과 결실기에는 열매에 의한 방제 약제피해 등을 우려해 정상적인 방제가 어려워 병충해 방제에도 한계에 달했다.

그런 가운데 점점 심해지는 병충해로 인하여 가지뿐만 아니라 잎, 심지어 열매인 감에까지 감염되어 수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피해 정도가 가로수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에 이르러, 안타깝게도 감나무 가로수를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조상 때부터 강릉에서 나고 자라 강릉의 향기를 항상 머금고 살아왔기에 감나무 가로수가 강릉지방에 얼마나 정감있는 존재인지도 잘 안다. 어릴 적 들길을 지나다 잘 익은 홍시를 보면 자연스레 감나무 위를 오르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렇게 오랜 세월 우리 주변에서 함께해 온 감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어서 좋았건만, 환경과 병충해에 못이겨 교체되어야 하는게 못내 아쉽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시에서는 옛 강릉 곶감의 명성을 되살리고자 농촌 지역에 좋은 품종의 감나무를 보급하여 서서히 곶감생산기반을 조성해 나가고 있으며, 몇 년 후에는 또다른 볼거리의 감나무가 우리곁에 다가오고 있으므로 감나무 가로수 교체에 의한 아쉬움이 다소 위로될 것이다.

아울러 우리시에서는 주요 도로변에 대한 가로수 실태를 조사하여 불량 가로수는 지역과 정서에 맞는 우량 가로수로 교체하고, 기존 가로수에 대해서는 현지에 부합하는 수형정비를 통하여 아름답고 특색있는 가로경관을 조성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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