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

▲ 이지은 한국은행 강원본부 조사역
지난 1년새 원유가격은 약 70%, 밀은 100% 뛰어 여기저기서 어렵다는 아우성이 커져만 가고 있다.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 넘게 오르는 등 서민 가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우려하기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지속적인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한 용어로서 영국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Iain Macleod가 하원의원 시절인 1965년 의회연설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1970년대 오일쇼크는 이러한 믿음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 이유는 소비 등 수요 확대가 아닌, 생산비용이 늘어나 발생하는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늘어난 생산비용을 재화와 서비스 가격 인상을 통해 만회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물가는 연쇄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게다가 가격 인상이 여의치 않아 채산성이 나빠진 기업은 투자 내지는 고용을 줄여 나가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도산하기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학자들이 ‘난치병’이라고 할 정도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금리를 내려 경기 침체를 막으려다가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막으려고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불안 우려가 커진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책당국의 확고한 물가안정기반 구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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