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하는 것과 잘 듣는 것 중 어떤 것이 어려울까? 책 ‘경청’의 한 구절처럼 ‘말하는 것은 지식의 역할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라면 당연히 ‘잘 듣는 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지혜는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포괄적 사고 능력이기 때문이다. 하긴 60 세에 이르러야 이순(耳順)이 된다는 공자님 말씀을 봐도, 귀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까지도 열어야 잘 할 수 있는 경청은 그야말로 완숙의 경지에서나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인 셈이다.

미국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래리바커는 20세기는 말하는 자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경청하는 일로 성공하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 의사소통의 주요 방법인 시대가 될 것임을 주장한다. 수평적 관계와 부드러운 감성을 중시하는 시대에는 다양한 생각을 인정하는 포용력과 소통의 기술을 잘 발휘하는 사람, 곧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성공하기 쉽다는 것이다.

토크쇼 황제 래리킹은 대답하기 좋은 질문을 던진 후 자신의 말은 일체 삼가고 경청하는 태도로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었고, 칭기즈칸은 ‘나는 남의 말에 귀기울이며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내 귀가 나를 가르쳤다’고 말한다. 카사노바는 여자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다음 날 반드시 되묻는 등 관심을 보여 여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경청’으로 사람 마음을 얻은 좋은 예들이다. ‘경청훈련’은 어려서부터 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다. 경청에 익숙지 못한 사람들은 대화 중의 침묵을 두려워하여 실수하곤 한다. 상대방 말 잘 듣기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생쥐머리가 과자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자 변도윤 여성부장관이 “생쥐를 튀겨먹으면 몸에 좋다.”는 부적절한 대답을 해 비난받았다. 대화의 공백을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엉뚱한 말을 하게 됐으리라는 리더십 전문가들의 분석이 맞다면, 변 장관의 발언은 경청과 침묵이 의사소통의 하나임을 교육받지 못한 우리의 빈곤한 자화상을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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