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식 강릉대 교수
동반자로서 국정을 책임지고 책임있게 이끌고 가야할 국회의원들이 남의 얼굴로 자신을 팔아야하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을 지역의 대표자로 뽑아야 한단 말인가.
후보자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역량이나 국정을 어떻게 수행해 나가겠다거나, 혹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실천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하는 내용들로 홍보해야 하는데 이들은 ‘나는 누구와 친하다’ ‘나는 누구의 후원을 받고 있다’ ‘나는 여당이다, 야당이다’ 등 도대체 이 나라를 책임있게 이끌어 갈 국회의원 선거인지 동네 반장선거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선거에 잘 이용되고 있으며, 대체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후보자 개인의 지역에 대한 선거공약이나 인물론보다는 당의 성격에 따라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이번 선거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본질은 남겨둔 채 현상만을 가꾸고 포장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후보자들의 공약은 어설프기 조차하다. 과거에 수도 없이 나왔던 별로 다르지 않은 내용을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가 다수다. 소위 철학과 소신 등과 같은 말 따윈 이제 선거 판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도덕성, 진실성, 정직성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과분할 정도다. 우리가 당연하게 요구했던 것, 지역발전을 위해 그가 할일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조차도 이제는 귀찮게 여겨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모 설문조사에 의하면, 가장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 혹은 직업군으로 국회의원을 꼽는다고 한다. 가장 청렴해야 하고 깨끗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신을 지지해준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소신대로 한다는 명분 하에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탈당과 당바꾸기를 밥먹듯이 해대도 우리들은 여전히 그를 지지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대표자라고 한다. 우리는 이번에도 이들에게 표를 주어야하는 것일까.
더 흥미로운 것은 기초자치단체의 시·군, 도의원들이다. 이들도 벌써부터 선거에 한창이다. 다음 기초의원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닌다. 기초의원들의 경우 현직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중요하므로 국회의원선거 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음 공천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렇다보니 공약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나 지연, 학연, 혈연관계에 의한 조직 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으면서 20세기 정치인들과 19세기 정치를 논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철새처럼 때가 되면 나타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학벌이 좋지 않아도, 나처럼 잘생기지 않아도, 나처럼 돈이 없어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그런 겸손하고 현명한 사람, 우리를 위해 東奔西走(동분서주) 하는 사람, 우리와 함께 同苦同樂(동고동락)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어디 없습니까?
혹자는 능력이 좋아 기업체도 유치하고, 외자도 유치하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든 다할 수 있는 것처럼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공약(公約)은 과히 空約(공약)이라해도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저마다 가지가지 공약을 내걸지만 그 결과는 마찬가지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또 결정해야 한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4년을 버려둘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4년을 찾아 새로운 삶을 개척할 것인지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