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씨 비상을 바라보며

▲ 고 재 현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씨를 태운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이 8일 오후 8시16분 (한국시각)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202㎞의 상공으로 날아 올랐다.

이로써 이소연씨는 1961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호를 타고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한 이래 475번째의 우주인이 되었고 한국은 세계에서 36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되었다.

혹자는 이씨의 우주 비행을 수백억원을 투입한 “우주관광” 정도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인류가 만든 우주탐사선이 태양계 끝자락까지 항해해 나가는 이 시대에 한국인이 최초로 우주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사실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는 아무리 크게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이번 우주인 배출사업은 우주인의 선발공고에서부터 최종 발사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킴으로써 우주가 소수 우주강국들의 기술경쟁의 무대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꿈과 이상이 실현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었다.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가깝게는 올해 말 고흥 우주센터에서 처음으로 발사될 우주로켓에 대한 성원으로 이어짐과 동시에 멀지 않은 장래에 우주 발사체, 우주 생명공학 등 다양한 우주기술 분야에서 한국기술의 자생력을 확보하는데 커다란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면에서 8일 오후 발사와 우주 정거장과의 도킹 및 그 곳에서의 다양한 실험들, 그리고 귀환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긴장감을 가지면서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번의 우주인 배출이 한 번의 잔치로 끝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우주탐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진지한 모색이 시작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지난 50여년간 소수의 선진국들이 독점해왔던 우주 개발역사에서 선진국들의 개발 모델들을 그대로 따라가는 기술개발을 뛰어넘어 우리만의 고유한 철학과 역량에 기대어 추진할 수 있는 우주개발과 연구모델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우주공간이 일부 국가들에 의해 우주무기의 개발과 자원 탐사의 공간으로 변질되어 가는 요즘, 우리들이 꿈꾸는 우주개발과 탐사가 인류의 보편적 염원과 이상의 실현이라는 대전제에 맞닿아 있기를 소망해 본다.

가만히, 눈을 감고 나로부터 까마득히 먼 우주공간에서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 빛을 띠고 있을 지구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소연씨를 상상해 보면, 내가 그 곳에 있는 듯한 전율이 느껴진다.

유리 가가린은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아름다운 지구를 본 뒤 “하늘은 어두웠지만 지구는 푸른 빛이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로부터 29년이 지난 1990년 2월, 태양계의 끝자락에 도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의 카메라에 포착된 지구의 모습은 광대한 우주공간 속에 희미하게 놓여 있는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였다.

이소연씨가 떼어 놓은 이 역사적인 첫걸음이 다른 한 편으로는 지구라는 작은 별, 한국이라는 작은 땅덩이 위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고 겸손함을 배우며 지구라는 작지만 아름다운 우리 별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소연씨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과 무사귀환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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