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춘
단군 이래 이 땅에서 민주주의 방식에 의해 최초로 실시한 선거는 1948년 5월 10일 초대 국회의원 선거였다. 이 선거는 우리국민은 물론 세계가 놀랄 정도로 자랑할 만한 3가지 업적과 기록을 세웠다. 첫째 민주주의에 전혀 경험이 없는 유권자들이 모범적인 민주선거를 치른 것. 둘째 깨끗하고 공정하게 실시한 것. 셋째 국민들이 적극 참여해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과시한 것이다. 당시의 선거법은 투표하기 2개월 전에 미군정의 자문기구인 입법의원에서 제정한 것으로 그 후의 어느 선거법보다 간략하고 단출했다.

부일한 친일파를 제외하고 선거권은 21세부터, 피선거권은 25세부터 허용하고 후보공천제가 없는 때여서 누구든지 유권자 2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출마할 수 있었다. 선거운동에 관한 규정은 딱 2가지로 “등록한 후보자는 자유롭게 선전할 수 있다(29조)”와 “선거관련 공무원과 일반직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명기했다. 연설회를 수십 차례 하건 유인물을 뿌리든 호별방문을 하든 모두가 자유였다.

무엇보다 기특한 것은 돈봉투 돌리기, 음식먹이는 향응, 선물주기, 온천관광시키기 같은 것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해서 쓸 돈, 뿌릴 돈도 없었고 유권자들도 손을 내민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5월 10일 총유권자 784만871명 중 95.5%가 투표에 참가해 200명 정원 중 198명을 선출했다. 제주도는 4·3폭동으로 연기됐다가 1년 뒤 선거를 실시했다.

이들 제헌의원들은 임기 2년 동안 헌법을 비롯 정부 및 법원조직법 국회법 등을 제정하고 대통령·부통령을 선출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출범시키는 초석을 마련했다.

초대 국회의원 선거는 참으로 귀중한 교훈을 남겼다. 국민이 열성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참일꾼을 뽑으면 정치인(국회의원)들은 더욱 분발한다는 것,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는 장차 국회운영 등을 보다 효율적 생산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이다. 제헌의원들이야말로 ‘건국의 아버지’들인 것이다.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오늘 실시된다. 국민은 앞으로 4년간 유지할 정치의 틀을 선택한다. 이는 곧 나라의 융성과 침체를 고르는 일이다.

여야 각 당은 선거의 승패-성적에 따라 당운이 결정된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가 5년간 순항하고 경제회생 민생안정과 각종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원내과반수(150석)만 겨우 넘기면 집안이 흔들리고 모든 상임위를 주도할 수 있는 168석을 넘기면 일단 안심할 수 있으나 국정을 자신 있게 이끌기 위해서는 18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통합민주당은 계획대로 100석을 넘겨야 이명박 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또 야당의 맏형 노릇을 할 수 있다. 혹시나 80석 이하가 될 경우에는 내분으로 흔들릴 우려가 있다. 자유선진당은 원내교섭단체선(20명)을 원하지만 목표에 크게 미달될 경우 한나라당의 통합논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민노당 진보신당이 과연 분당상태에서 17대의 성과(10석)를 재연시킬 지 숙제다. 또 친박연대 무소속연대가 과연 몇 명을 당선시킬 수 있는가도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오늘 국민들은 모두 투표장에 나가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60년 전 우리 국민들이 오직 애국열정으로 투표에 참여해 95.5%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일을 재현해야 할 것이다.

투표를 외면하는 국민에게 민주주의 민주정치는 까마득하다.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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