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따기 식 고교 교육과는 달리 대학 교육은 보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진리를 연구하려 한다. 만약 대학 교육이 드러나는 결과 추구에만 매몰된다면 편협한 교육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대학 교육은 실제적 효과를 얼마만큼 가져다 주었느냐가 아니라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총체적 능력을 개발하는 데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이 총체적 능력이 곧 지성이다. 다시 말하면 지성이란 빠른 판단력과 실행력을 조화롭게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의 근간이 되는 잠재력을 이른다.

“교수와 학생들이 세속으로부터 고독하고 지식의 양보다는 진리의 무한한 탐구 활동을 중요시 여기는 장소”가 대학이라는 훔볼트(Humboldt)의 정의는 이미 고전에 속할 정도로 담론을 즐기며 진리를 논하는 인문학적 소양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가는 시대다. 대학이 각종 고시 준비 기관으로 전락하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누군가에 의해 정리된 지식을 주입받는 데 보다 익숙한 반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화하는 데는 서툴다. 그리하여 철학자 허친스(Hutchins)는 “사람이 개선되는 데 필요한 가치를 안 가르치고, 즉각적인 생활의 필요에 젊은이들을 적응시키려는 데에 대학 교육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미래를 보려면 대학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곧 대학의 기능 중 하나가 미래 인재 발굴 및 양성이란 말이다. 인재는 깊은 이해력 판단력 등의 사고 능력을 내재적으로 갖춰 필요시 적재적소에서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대학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진정한 인재는 수학 문제 하나를 더 풀어 좋은 점수를 얻는 사람이기보다 그를 얻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통해 지성을 개발시킨, 그리하여 잠재 가능성이 무한한 사람들이다.

최근 대학들마다 경쟁하듯 특강을 개설해 ‘학점 잘 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을 고교의 연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이들 대학에서 어떻게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글로벌 인재를 키울 수 있을지,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심히 걱정된다.

조미현 출판기획부국장 mihyun@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