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장 연

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지난해 12월 대선에 연이어 실시된 제18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역대 총선은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이번 총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슈도 없고 국민의 무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지난해 대선이 역대 대선사상 최저 투표율(63.0%)이라고 하더니 급기야 이번 제 18대 총선은 역대 총선에서는 물론이고 역대 전국단위 선거에서조차 최저인 46.1%를 기록했다. 유권자의 절반이 넘게 투표를 외면했으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조차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정당마다 다투어 도입했던 상향식 공천은 사라지고 그나마도 후보등록을 코앞에 두고 마무리되기도 했다. 뒤늦은 공천은 잘 다듬어진 정책과 공약을 만들어 내기에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면면을 따져보는데 시간과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총선을 두고 이상한 선거라고 일컫기도 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또 있다. 선거현장의 이면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순진한 생각이라고 할지 몰라도 우리는 그동안 우리 선거사를 짓눌러 왔던 금권·관권선거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최소한 지난 2004년 제17대 총선 이후에는 그런 것으로 알았다.

특히 지난해 실시된 대선에서 대통령 당선인까지 돈 안쓰는 선거를 몸소 실천했다고 밝히는 것을 보면서 이제 돈 선거는 발붙이지 못 하겠구나 했다. 하지만 도내에서 불법선거 자금으로 보이는 거액의 현금다발이 적발된 사건은 도민은 물론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게 하면서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에게 돈 선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제 18대 총선이 우울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희망적인 것도 있었다. 비록 금품·향응 제공사례가 발생되긴 했지만 위법사례가 지난 17대 총선에 비해 약 5분의 1로 급감한 것은 선거현장이 점차 깨끗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 도내에서는 방송과 지상을 통해 모두 32회에 걸쳐 후보자 토론회가 있었는데 이는 역대 총선 중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언론사들이 적극 나서준 결과다.

특히 강원도민일보를 비롯한 도내 주요 언론사들의 후원하에 선관위와 강원매니페스토추진본부가 협력하여 제18대 총선 매니페스토 토론회와 설명회를 개최하고, 선거구마다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실천 협약식을 개최하는 한편 언론에서도 사설 등을 통해 정책선거의 필요성과 정당·후보자와 유권자의 동참을 호소하는 등 정책선거 분위기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당선자들은 유권자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일들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으며 언론과 시민단체는 그 공약의 이행여부를 잘 지켜보고 그 결과를 유권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임무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 총선은 반드시 돈 선거는 찾아 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선거, 후보자들은 자신이 깊이 있게 고민하여 개발한 정책과 공약들을 부지런히 유권자에게 설명하고 유권자들은 헛 공약인지 참 공약인지, 필요한 정책인지 선심성 정책인지 등을 가려 엄중히 표로 심판하고 심판받는 선거,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투표부터 먼저하는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바람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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