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춘
1988년 4월 26일 실시된 13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여당인 민정당이 국회의 과반수의석보다 25석이나 적은 125석으로 여소야대의 판도가 되자 집권세력은 크게 당황했다. 6·29선언-여야의 합의개헌 후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의 분열로 당선된 노태우와 민정당은 4개월 뒤의 총선에서도 쉽게 이길 것으로 보고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패배한 것이다. 여소야대의 상황이 될 경우 대화로 야당을 설득, 타협하고 정책공조로 정부를 운영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은 정치력의 발휘는커녕 무능으로 1년 반 동안 총체적위기를 자초한 후 민정·민주·공화당의 3당합당이라는 쉬운 카드를 선택했던 것이다. 5년 단임제 이후 처음으로 원내과반수를 넘긴 것은 17대로 열린우리당이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에 따른 역풍으로 과반(150석)을 겨우 넘겨 152석을 얻었고 18대에서는 한나라당이 한석 더 얻은 것이다.

이번 총선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등의 지각공천 속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고 투표율은 역대총선 중 최저를 기록했지만 국민들은 참으로 절묘한 새정치판도를 그렸다. 작년 대통령선거 때 대승을 거뒀던 한나라당은 여세를 몰아 또 한번의 큰 영광을 기대했으나 153석을, 또 새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최소한 100석 이상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81석밖에 확보하지 못했고 원내교섭단체구성을 목표로 했던 자유신진당은 18석, 친박연대가 14석, 그리고 여러 명의 무소속이 당선된 것 등은 매우 의미가 깊다.

국민이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뜻은 분명해진다. 어느 정당도 독선독주해서는 안되며 대화의 정치를 펼쳐나가라는 것, 그렇지 않고 수와 힘을 통한 일방통행식의 강권통치를 할 경우 언제든지 준엄한 심판을 내리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사실 이러한 민의의 표출은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빠짐없이 되풀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대 총선이 끝난 후 첫 회견에서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펴면서 경제살리기와 민생챙기기에 매진하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여야 간의 상생의 정치 공존의 정치가 어느 정도 활기를 띠고 발전해갈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 한나라당은 소위 복당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낙천-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인사들의 복당논쟁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들인 이들은 공천에서 탈락한 후 출마해서 당선된 것은 공천 잘못이 증명된 것인만큼 즉각 복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선거기간 중 해당행위여부도 조사해봐야 하며 7월 전당대회이전까지는 안된다는 태도다.

감정적인 문제도 있어 당장은 전원복귀가 어렵다해도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라도 복당을 허용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아무튼 국민들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공생의 정치’ ‘공존의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보다 생산적인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리당략을 떠나 여야 모두 국가이익 국민이익 우선의 노력이 필수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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