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내린 봄비는

흔적도 없고

보석같은 뭉개구름은

어디론가 서둘러 떠난다



아리따운 소녀의 눈망울같은

이 고운 햇살은

오늘따라 눈부시게

좁디 좁은 창문 틈새를 비추는데



오랜시간

겨울 꿈 길 걸어온 이내 마음

차마 문밖의 일상으로

뛰쳐나가질 못한다



지붕 처마 밑 그늘은 겨울이며

그곳 밖은 봄이던가



허락하지 않은 봄날은

바로 앞에 와 있으며

화사한 빛으로

앞 뜨락에서 미소짓건만



나는 사랑하는 이를

겨울에 홀로 놓아두고

봄을 맞기엔 슬픔이 너무 깊다



그래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춥다

김우열·동해시 천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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