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식

동부지방산림청장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1962년 레이첼 카슨(Carson, Rachel) 여사에 의해 출판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봄을 알리는 새소리가 사라져 버린, 그래서 죽음처럼 고요한 자연의 침묵을 그린 책으로 환경과 관련된 위협 요인이 있을 때마다 거론되고 20세기 후반 미국의 환경운동 기폭제가 되는 역할을 했던 책이다.

이제 아지랑이 속에서 완연한 봄을 느끼게 되고, 더불어 산야의 초목에서 녹색 생명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새소리뿐만 아니라 숲속을 뛰놀던 다람쥐도, 산토끼도, 고라니도 보이지 않는 곳이 있다. 엊그제 찾아간 2000년 동해안산불 피해지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황량한 모습으로 남아 있고 어린 초목만이 대지에 싹을 틔우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자연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동식물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는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현장에서 산불의 난폭함은 살충제의 피해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올해는 다행히 겨울철에 내렸던 눈과 사이사이의 강우로 인해 지금까지 산불이 없었으나, 연중 산불위험이 최고조에 달하는 4월을 보내고 있다. 특히 동해안 지역은 산불이 대형화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양강지풍(襄江之風)으로 대변되는 강한 바람, 해변에서 급격하게 솟아오른 백두대간의 험준한 지형과 불에 약한 소나무 숲이 많은 데다가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상대습도가 지속되면서 두껍게 쌓인 낙엽은 화약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불의 대다수는 사람의 사소한 실수에 의해서 발생한다. 등산인구 증가에 따른 입산자 실화, 영농준비를 위한 논밭두렁 소각, 성묘객 실화, 어린이 불장난에 의한 산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산림청에서는 산불조심기간 동안 기상여건과 연료(燃料)의 습도상태를 감안해 산불경보를 발령하고 산불경보에 따라 산불예방에 해마다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4월은 주말 연휴에 지자체와 지방산림청의 전 공무원까지 산불위험지역 현장에 배치하여 입산을 통제하고 등산로를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각종 방송매체를 통한 호소와 광고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4월은 연중 가장 산불이 많이 발생하였다. 나무심기를 장려하는 달에 심은 것보다도 산불로 더 많은 산림이 불에 타 없어지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산림보호는 환경보호와 국토보존의 가장 핵심적 과제이다. 환경보호와 국토보존은 거창한 이론이나 구호보다 산토끼와 노루가 뛰어 놀고, 비싼 돈을 지급하지 않고도 마음 놓고 계곡 물을 마실 수 있는 산림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또 다시 침묵의 봄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나무심기뿐만 아니라, 거대한 산소공장이며 탄소저장고이자 녹색댐인 동시에 민족문화의 탯줄인 귀중한 산림이 산불피해를 입지 않도록 봄철 건조기에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다시 한번 산림의 중요성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