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철 상지대 교수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밤 미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동맹, 북핵문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하여 15일 미국으로 출국하였다.

한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로 공식 초청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하며 양 정상은 전통적 우호관계를 전략적 동맹관계로 한 단계 발전시키는 방안을 집중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담의 주요 의제가 어느 하나 묵직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점이다.

온 국민의 관심사는 이번 회담에서 격조 높은 한미관계의 토대를 구축할지의 여부에 맞춰져 있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가 국제무대에서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실용이란 중요한 무엇을 얻기 위하여 포기할 어떤 것을 예리하게 판단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한미관계가 불편했던 주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솔직한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으로서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고 대드는 한국이 괘씸하였고 서운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줍음을 감추고 배고픔을 달래던 과거와는 달리 지구촌의 당당한 한국인으로 책무를 다하며 자존심도 지키려는 우리의 발전 지향적 의지를 지원해 주어야 했는데 미국이 호락호락 허락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은 혈맹에서 시작되었다. 한반도전쟁에서 보여준 미국의 믿음직스러운 지원에 의하여 동맹관계가 되었지만 이제부터는 실용적 동맹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으로부터 지원요청을 받고 있는 중동지역에서의 평화유지관련 동참요구와 한미FTA 체결문제 등이 당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FTA는 한국과 미국 모두 불만족스러운 관계로 인식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와 민주당 주자들도 반대의견이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문제이다. 또한 향후 대 테러전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조건이 연이어 발생될 때 어떻게 대응책을 수립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미래지향적이며 성숙된 한미관계로 거듭나는 실용의 씨앗이 잉태되길 바란다.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북한의 인권과 핵문제를 명확히 거론하였다.

반드시 필요한 문제이며 풀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는 묘안을 찾고 실천하는 실용정부가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그러나 선언으로 쉽게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보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이론일지라도 실천이 뒤따르지 못하는 이론은 허망할 뿐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뤼디거 프랑크 교수는 햇볕정책을 고도의 실용적인 접근법이며 실질적 성과도 있었지만 한국은 어느 날 일어나 한때 북한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여러 종류의 소중한 지렛대를 모두 잃어버렸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옳은 지적이 아니길 바라지만 왠지 맘속에 맴도는 이유가 있다.

지난 10년간의 화해무드를 조성하는 데 투자한 노력과 경제력에 대한 실질적 손익분석이 있은 연 후에 보다 실용적인 남북관계의 틀로 진화시키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다.

새로운 틀로의 변화도 그 조정기간이 최소화 되어야 하며 그 진통도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얻을 것을 생각하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일련의 대북선언과 섣부른 대북관계 언동은 지금까지 어렵사리 쌓아온 남북관계의 실리와 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우로 연결되는 듯하여 염려된다.

이번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하여 성숙된 한미관계로 승화시킴과 동시에 한반도문제 해결에 있어서 진정한 국제적 우군을 확보하는 외교순방의 결과가 있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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