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헌 소설가,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 임동헌 소설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다. 곁에 있으면 이해시키거나 쥐어박을 수도 있으련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대체로 ‘먼 곳’에 있는 사람들 세계에서 일어난다. 이해할 수 없는 일 한 가지, 국회의 인사 청문회에 선 사람들은 재산 관계와 학력 에 문제가 생기면 ‘착각’이라거나 ‘실무자의 실수’라고 입막음을 하고 나선다. 그런 모습을 보면 서글픔과 함께 연민이 느껴진다.

자유선진당의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양정례 당선자 역시 내게는 연민의 대상이다. 그 역시 학력과 사회활동 칸에 써넣은 내용을 실무자의 실수라는 식으로 둘러댔다. 딱하다. 당의 실무자가 무슨 신통력으로 후보자의 이력을 그럴 듯하게 꾸며 적는단 말인가. 이건, 어떤 착오에서 비롯된 ‘다름’이 아니라 ‘틀림’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정부는 최근 몇몇 공관장 자리에 이명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내정했다. 그 중의 한 명은 아예 한국 국적도 없는 미국 시민권자여서 논란이 일었는데, 결국 사퇴했다. 예컨대, 외교관 올림픽이 열린다고 치자. 그는 당연히 ‘미국 선수’로 출전해야 한다. 그런데도 비판이 없었으면 유야무야 넘어갈 뻔했다. 한국 사람이면 국적에 상관없이 공관장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있지만 그건 ‘다름’이 아니라 ‘틀림’이다. 외교관이란 오직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민간 전사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자. 두산그룹 계열의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해 미국의 시장점유율 38%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장비업체 잉거솔랜드를 인수했다. 인수당한 잉거솔랜드 직원들은 구조조정이 닥칠까 싶어 동요했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점령군은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현지 경영인을 중용했다. 회사는 안정됐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속에서도 두산이 인수한 회사는 잘 굴러갔다. 이건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또 있다. 지금 관중몰이를 하고 있는 프로야구는 자칫 7개 구단으로 2008년 시즌을 맞을 뻔했다. 현대구단을 인수하려던 농협 KT STX 등이 포기했기 때문이었는데 무명의 투자회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인수했다.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도입한 운영기법은 목돈을 들이지 않는 대신 스폰서십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성공 여부는 둘째 치고, 거액을 들여야만 프로 야구단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완전히 바꾼 셈이다. 이것 역시 ‘틀림’이 아니라 ‘다름’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생존한 전직 대통령 4명이 서울에 머물고 한 명이 고향으로 귀향한 것에 대해서도 ‘다름’의 영역으로 본다. 4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울에 머무는 가장 큰 까닭은 아무래도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유리해서일 것이다. 못마땅하지만, 그들에게 고향으로 가서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강권할 권리가 내게는 없다. 그런데 궁금하다. 서울이 그렇게 좋은가? 하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에서 반드시 의미 있는 일을 성취하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거주 이전의 자유에 해당하니 어디에 머물든 ‘틀림’은 아니다. 단지 다를 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든다. ‘틀림’을 ‘다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틀림’을 모르는 것인가. ‘다름’과 ‘틀림’을 모를 것이라고 여기기는 힘들다. 그들은 대부분 고학력자이다. 게다가 일정한 성취를 이룬 처지다. 어떻게 성취를 이루었는지 모르지만, 돈들도 많다. 그렇게 잘난 이들이 어떻게 다름과 틀림을 모를 수 있을까. 그것 참 안타깝다. ‘다름’과 ‘틀림’이 얼마나 큰 차이를 갖고 있는지만 알면 될 것 같은데…

재미있는 사실은, 틀린 것을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국민들이 진정한 다름을 추구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알게 모르게 격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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