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장승리, 20여채 16년째 폐가… 행정당국 “사유지” 뒷짐
양양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전국 최대 철 생산지였던 서면 장승리 광산이 지난 92년 문을 닫자 거주 주민 대부분은 살길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이후 철광회사가 사용하던 사택 등 20여채의 주택만이 16년째 폐가로 남아있다.
이후 해당 부지를 매입한 지역 회사도 폐가에 대한 철거를 미루면서 아직까지도 마을은 마치 전쟁 직후를 보는 듯 황폐화된 모습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양군은 폐광 이후 부지를 소유한 지역 모 회사에 폐가 철거협조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은데다 현재까지 단 한채의 폐가도 철거하지 않는 등 완전히 신경을 끊고 있다.
게다가 일부 건물은 과거 화장실이나 목욕탕 등으로 사용하던 것들도 있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며 주민들의 식수원인 지하수를 오염시킬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또 주말이나 방학 때면 인근 청소년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불을 피우는 등 탈선현장으로 변할 우려도 안고 있다. 주민들은 “대낮에도 폐가 주변을 지나다니기 무서울 정도인 데 다른 지역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며 “아무리 남의 땅이라지만, 이럴 때 행정당국이 나서 최소한 폐가만이라도 철거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하고 있다.
김 모(57·서면 장승리)씨는 “가뜩이나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불만이 많은데 주변환경까지 좋지 않아 주민 정서까지 황폐화되는 것 같다”며 “폐가를 철거해 하다못해 작은 채소라도 심어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양군 관계자는 “장승리 일대 부지 대부분이 제3자 소유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철거를 할 수 없는데다 연간 10∼15동의 빈집 철거 예산으로는 사실상 장승리 폐가 철거가 쉽지 않다”며 “일반적인 빈집철거 사업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양양/구정민 koo@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