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홍식
강릉대 교수(정책학)
지난 4월 9일의 국회의원 총선 결과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정당 공천이 늦어져 정치인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과 함께 투표율은 50% 조금 상회했을 뿐이다.

그에 따라 주민을 위한 정책이 개발되지 못하고 과거의 공약들이 재탕되어도 이에 대한 검증조차 하지 못하였다.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려 없는 정치인들이었지만, 유권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판단의 틀을 갖고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때로는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의 푸념 속에서도, 택시 기사들의 날카로운 목청에서도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학문적으로 선거를 예측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마는 이번에는 상식이 더 예측력이 높았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제 2년 후 지역에서 지방선거 실시를 앞두고 주민의 시각에서 비춰지는 대변자의 자질을 살펴보자.

첫째, 장관급의 관료는 주민들의 시각에서 인지도가 높을 수 있다. 강원도의 경우 지역 출신의 공직자들이 많이 있지만 실제 일반 주민들은 그들의 지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장관(급)의 능력이나 정계의 친밀도 등이 높으리라고 일응 생각하게 된다.

둘째, 대규모 조직체의 수장으로서의 경험을 인정하고 있다. 단순히 상급자가 지시하는 업무를 잘 수행하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 온 경험을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지역발전과 관련된 경험을 높이 인정할 것이다.

셋째, 지역의 현안과제에 대한 냉철한 판단력과 지역주민과의 공동보조노력의 여하이다. 지역에 거주하면서 지역 사회의 부존자원과 한계 그리고 인접 지역과의 관계 등에 대해 고민하며 그 대안책을 발굴키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얼마큼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또 앞으로 그러하겠는가하는 점이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된다.

상기의 3가지를 모두 갖출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하지만 그 중에서 제1요소를 선택한다면 세 번째 지역상황 판단능력과 대안책 강구의 자질이 될 것이다. 실제 국회의원 당선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역주민은 정당보다는 현실에 근거한 지역발전추진력을 가진 자를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2년 후 지방정부선거가 실시될 것이다. 선거는 매번 양상이 다르지만 적어도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는 여전히 당선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가 과연 여타 후보자와 무엇이 다른가하는 차별성과 추진력, 그리고 현실성 있는 지역발전방안, 지역주민과의 공동체의식 등은 당선의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엘리트의식보다는 대중과 함께 하려는 서민의식이 상상이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 사족을 달면 행정고시나 사법시험 등에 합격하고 또 중앙에서 근무한 경험 등에 대해서는, 그들의 개인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엘리트의식이 강해 일반 주민들의 여론이나 의견에 대해서는 경시하는 경향이 농후하다는 자체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신이 혼미한 미친 사람한테서도 두세마디 귀담아 들을 내용이 있다는 격언은 정치인의 기본자세가 어떠해야 하는 가를 아주 잘 적시한 말일 것이다.

2년 후의 지방선거는 지금부터 시작되거나 어쩌면 벌써부터 점화가 되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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