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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법흥사 주지
지금 세계는 창조와 도전의 새로운 세기를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한미 FTA 협상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세계화’ 또는 ‘국제화’라는 단어가 이젠 상투적이 되었을 정도로 세계는 멀티내셔널(Multi-national)화 돼가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촌이 인종과 언어와 종교를 뛰어 넘어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된 것으로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이에 대해 준비했고 자구책을 강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우리만 이렇다 할 준비없이 태무심히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국민의 불행은 국가 차원에서 준비되지 않으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지도자복’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도 이와 다를 게 없다고 본다. 준비가 돼 있는 국가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착실하게 숙제를 해놓은 모범생은 등굣길이 재미있듯이 미래를 대비해 놓은 국가의 국민은 당장의 어려움을 시련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당장의 어려움이 미래의 시련으로 이어질 큰 문제가 우리 농촌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그것은 다름아닌 농촌의 국제결혼이 파탄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 2만9660쌍이 결혼했고 3924쌍이 이혼했다고 한다. 이는 4년전 수치와 비교했을 때 농촌총각의 외국여성 결혼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비해 이혼율은 4배 가까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제결혼의 추세는 어느 나라나 증가일로에 놓여 있다. 글로벌화된 시대이니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더욱이 국제결혼의 붐은 각국의 고유한 정서와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적극성과 긍정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적 추이로도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농촌 결혼 현실은 이와 별개다. 심상치 않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도 대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성질의 사안인 것이다.

지난 해 한국 농촌으로 시집온 외국인 신부는 중국 1만44450명, 베트남 9812명, 필리핀 1131명, 몽골 559명, 캄보디아 380명이라고 한다. 대부분 아시아 출신들로 이들 여성들이 농촌을 기피하는 한국여성들의 빈자리를 대신 메워주고 있는데 이것이 ‘행복의 보금자리’가 아니라 ‘불행을 잉태하는 씨앗’이 되고 있다. 당사자는 물론 국가차원에서도 소위 치밀하게 준비되지 않은 결혼문화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농촌의 국제결혼이 더 큰 사회문제로 비화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와 관련 부서들이 팔짱만 낀 채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가. 예를 들어 보자. 현행 우리의 국적법은 결혼을 했어도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2년 이내에 이혼하면 한국 국적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이혼하면 불법 체류자가 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 국적을 얻었다 해도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이국 땅에서 생계를 꾸려나가기란 쉽지 않다.

또 하나. 상대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나라에서 신부감을 얻는 관계로 사소한 다툼으로 끝날 일도 때로는 학대와 구타와 착취 등 갖가지 가정폭력으로 나타나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얼마전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 여성들의 국제결혼을 금지시킨 것도 한국과 깊은 연관이 있어 취해진 조치였고 베트남에서는 한국땅에 시집가 가정폭력에 신음하고 있는 자국민 여성들의 잇단 고발과 자살 등으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주고 있는 이러한 행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글로벌시대 우리 농촌의 국제결혼’. 국가와 관련 부서, 정치권의 관심과 대비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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