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준 호 변호사

   
안준호 변호사
오늘 25일은 제45회 법의 날이다. 법의 날은 미국 변호사협회장이 1958년 제안하여 미국 정부가 사회주의 국가의 ‘노동절’에 대항하는 의미로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법의 날로 기념하겠다는 취지에서 세계 최초로 매년 5월 1일로 제정 기념하였다.

당시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기념행사에서 “법에 관한 자유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같다.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자유는 박탈당하기 전까지는 인식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법의 지배가 의미하는 바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의 지배가 없는 곳에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상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연설로 ‘법의 지배’ 원칙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964년 5월 1일 첫 기념식을 갖게 되었는데, 당시 낭독된 법의 날 제정취지는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하고 기본인권을 옹호하며 공공복지를 증진시키는 소위 법의 지배가 확립된 사회의 건설을 위하여 일반 국민에게 법의 존엄성을 계몽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법의 지배, 법치주의를 강조한 것이었다.

2003년부터 법의 날이 매년 5월 1일에서 4월 25일로 변경되었다. 제헌절인 7월 17일 또는 경국대전이 완성된 9월 27일로 변경하지 않고 근대적 사법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된 재판소구성법이 시행된 날로 변경한 것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 실현에는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사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외부에서 보기에도 놀랄 정도로 민주주의를 발전 정착시켜 왔지만, 법치주의의 정착에 있어서는 우리 스스로의 인식이나 외부에서의 평가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법치 시스템 순위는 26위로 주요 선진국은 물론 카다르(16위), 말레이시아(20위)보다 뒤진다. 법무부가 실시한 최근 법의식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기득권층의 위법이 더 큰 문제(92.7%)’, ‘재산이나 권력의 위력이 법보다 더 큰 것 같다(91%)’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법치주의의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이나 그 이후보다 훨씬 더 성숙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기본적 인권과 같은 영역에서는 더욱 분명하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평가는 국민이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사법부의 재판에 있어 보다 많고, 보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최근 국민참여재판의 도입, 형사소송법 및 민사소송법의 대폭 개정으로 인한 공판 및 변론중심주의 확대, 로스쿨제도의 도입 등은 모두 권위적 재판, 전관예우 등의 사법불신, 계층 간의 형평성 시비 문제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다.

법치주의가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는 물론 재판관여자인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집행에 관계되는 공무원, 이해당사자, 증인 등 모두의 인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법치주의의 성숙에는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경제적 비용이 소요되고, 단기간에 이루어지지도 않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계속한다면 적어도 수년 안에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법치 시스템 순위는 주요 선진국보다 높게 평가되고, 법무부가 실시한 최근 법의식관련 설문조사에서도 ‘법이 재산보다 권력의 위력보다 우선한다’, ‘법을 지키면 이익이다’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그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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