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의범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창조도시 시민포럼 상임대표)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이 다시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제국에서 보다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그 배경은 두 가지 관점에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1970∼1980년대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일본 때문이었다. 자동차, 공업기계,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서 일본의 국제경쟁력에 압도당한 미국과 유럽제국에서 일본기업의 성공요인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미국 정부는 1985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교수에게 미국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연구조사를 의뢰하였다. 그는 미국, 영국, 이태리, 독일,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 서구 7개국과 일본,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3개국을 포함하는 총 10개국을 선정해 비교함으로써 미국 산업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고 국제경쟁력 강화모형을 제시하였다.

둘째로, 오늘날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자국내 시장에서의 격심한 경쟁상황 때문이다. 1995년에 설립된 세계무역기구(WTO)로 인해 이제 개발도상국 기업들은 과거 정부의 보호정책에 더 이상 안주할 수 없게 되었다. 개발도상국 국내 시장에는 이미 선진국 기업들이 대부분 진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경쟁력의 제고는 개발도상국 기업들에게도 매우 긴박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국제경쟁력에 관한 명확한 개념이나 모형은 아직 정립되지 못한 상태이다. 국가나 산업이 국제경쟁력연구의 분석단위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고, 다른 일부에서는 한 나라의 내부지역이 국제경쟁력의 수준을 분석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주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의 대표적인 실례로서 미국 실리콘밸리 반도체산업, 이태리 밀라노 시(市) 북부지역 섬유산업, 스위스 칼·치즈·시계산업 등이 자주 인용된다. 새로운 연구흐름으로는 EU, NAFTA, ASEAN, APEC 등 경제블럭과 자유무역지대, 그리고 지역경제협의체도 국제경쟁력의 분석주체로서 예견되고 있다.

기업변화에 관한 북미 최고의 저술가인 대니 밀러(Danny Miller)교수가 쓴 ‘이카루스 패러독스’에서 100개가 넘는 기업사례조사를 통해 가장 극적인 성공을 거둔 기업일수록 의외로 실패의 함정에 빠진 기업들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만든 인조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다가 너무 태양에 가까이 다가갔기 때문에 날개가 녹아버려서 ‘에게해’에 떨어져 죽었다는 교훈으로 기업의 흥망성쇠에 관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맨손으로 창업해서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되던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채 퇴진하거나 구조조정을 겪었다. 정경유착과 금융특혜 속에서 안주해 오던 대기업들은 격변하는 국제금융환경에 더 이상 대응할 수 없었다. 한국경제의 성장과 궤적을 같이해온 대기업들의 퇴진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관해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삼성그룹 회장 전격퇴진과 경영쇄신안 발표는 과거 한국기업들의 총수전횡 황제경영, 선단경영, 과다부채경영, 문어발경영 등이 글로벌화시대에 더 이상 걸맞지 않음을 입증해 주었다. 이제는 한국기업들도 투명경영,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 등 글로벌스탠다드를 갖춘 기업으로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오늘의 강점은 내일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이카루스 역설은 기업경영자들이 앞으로 어떠한 국제경쟁력의 개념을 가지고 21세기 글로벌화시대를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국제경쟁력에 관한 논의는 강원도의 주요한 현안 문제들을 접근하는 근본적인 틀과 방향을 제공해 준다. 도내 지자체, 유관기관 및 기업들도 급변하는 경영패러다임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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