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동욱

한국은행 강릉본부장
요즘 어디를 가나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 물가는 오르고, 게다가 그 원인이 미국경제 둔화나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같은 나라밖 요인이어서 정부정책으로 대응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고 하는데 미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할 정도이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미국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대로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신용위기와 그 파급영향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미국발 신용위기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미국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견해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문제 해결이 어려운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최근의 위기가 신뢰상실에 의한 위기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번 미국의 위기도 그 출발점은 과거 여러 나라들이 겪어온 위기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과잉유동성 등으로 급등했던 부동산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이러한 자산에 과잉 투자했던 금융기관이 부실화하고 경기가 침체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중앙은행이 부실 금융기관을 정리하고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해도 위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앙은행이 아무리 많이 현금을 공급해도 상대방을 믿을 수 없어 서로 돈을 빌려주기를 꺼리게 되고, 돈이 돌지 않으니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미 연준의 케빈 와쉬 이사는 시장유동성은 풀린 돈의 양이 아니라 신뢰라고 정의한 바 있다.

다행히 최근 월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최악의 시기는 지나갔으며 금년 하반기부터는 미국경제가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당초 2천억∼3천억 달러 정도라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 추정액이 1조 달러까지 늘어났지만 그만큼 불확실성도 해소되어 금융시장의 신뢰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기침체의 전개과정은 지역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고 신뢰에는 투명성이 생명이라는 점이다. 이는 은행과 기업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소규모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강원경제, 특히 영동지역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지역금융의 규모는 미흡하다. 기업체 수나 생산액 등 경제규모는 강원도가 전국의 3%, 영동지역은 그 절반 정도의 수준인 데 비해 은행대출 비중은 강원도가 1.3%밖에 안 되고 영동지역은 더 낮아서 0.5%에 불과하다. 지역 내에서 조성된 자금의 역내 환류비율도 낮다. 기업과 은행간 신뢰가 아직은 미흡한 것이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돈이 돌아야 하지만 돈은 위험해 보이는 곳에는 가지 않는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다 철저한 사업계획과 적극적인 투자설명으로 강원경제, 동해안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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