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의 장신에 115㎏의 우람한 체구. 하지만 100m를 12초대에 주파하는 민첩성과 유연한 신체조건.

2001시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인상적인 장외 3점홈런을 쏘아올려일약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최희섭(22.시카고 컵스)은 동양인으로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체격 조건의 소유자다.

파워와 유연성을 고루 겸비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희섭 정도의 `하드웨어'면 특급으로 분류될 수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는 박찬호(LA 다저스)와 노모 히데오(보스턴 레드삭스), 사사키 가즈히로(시애틀 매리너스) 등 한국과 일본 출신 투수들이 자리를 잡았지만 동양인 타자는 전무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아무리 유능한 타자로 인정받았더라도 메이저리그의 거포들과비교하기에는 파워나 타격기술면에서 확연하게 기량 차가 났던 것이 주지의 사실.

이런 점에서 최희섭은 일본이 자랑하는 '천재 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와 더불어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타자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개척자인 셈이다.

그러나 이치로와 최희섭은 교타자와 거포라는 점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적료와 연봉 포함해 2천700만달러의 거액을 받은 이치로는 일본프로야구에서7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했던 선수지만 파워보다는 정확성에 주안점을 둔 교타자다.

반면 최희섭은 경험만 가미되면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나 새미소사(시카고 컵스)처럼 메이저리그 최고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대형 장거리 타자라는점에서 이치로보다 잠재적인 상품가치가 훨씬 크다.

'타격왕은 벤츠를 타지만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는 것이 팬들의 관심도를 반영한 메이저리그의 풍토다.

최희섭은 또 타고난 자질못지않게 야구에만 정열을 기울이는 노력형으로 벌써부터 `슈퍼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97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를 다녀온 뒤 메이저리그를 꿈꾸기 시작했다는 최희섭은 99년 2월 미국 진출이후 '성공하기 전에는 고향에돌아가지 않겠다'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독한 마음을 먹은 `악바리'다.

외롭고 힘든 마이너리그 생활이지만 고려대 재학시절 가끔씩 입에 댔던 술도 아예 끊었고 뒤늦게 한인교회에 나가면서 정신적으로도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갈비 5인분과 공기밥 5그릇을 뚝딱 해치우면서 끝없이 야구 얘기를 좋아하는 최희섭은 아직 마이너리그 신분이지만 조만간 메이저리그의 최초의 '오리엔탈 슬러거'로 자리잡을 것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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