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도 현실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의 현실은 신문지상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인 문제는 아니다. 이 세상의 경제, 정치, 문화 같은 것들은 흔히 사람들의 욕심스러운 겉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붓다는 먼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괴로워 하는가”를 물었다. 붓다는 인간의 현실을 네 가지 고통으로 표현했다. 생(生), 노(老), 병(病), 사(死)가 그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기본적인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말하는 현실이라는 것도 이 기본적 현실이 던지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본질적인 현실에 대하여 외면하고 있다. 삶, 늙음, 병듦, 죽음 그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것에서 막상 당면하고 나서야 어쩔줄을 몰라 몸부림 친다. 이와 관련해 ‘중지부경전’에 재미있는 설화가 있어 소개한다.
지옥에 떨어진 악인과 염라대왕이 대화한 내용이다. 먼저 염라대왕이 끌려온 죄인에게 물었다. “너는 인간 세계에 있을 때 첫번째 천사를 보지 못했는가”, 악인이 대답하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염라대왕: “그렇다면 너는 나이 많아 허리가 구부러지고 지팡이에 매달려 비척거리면서 걷는 사람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악인: “그런것 이라면 보았습니다”. 염라대왕: “너는 그 천사를 만났으면서도 자기가 늙어가는 사람이요. 부지런히 착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오늘의 보복을 받게 된 것이다”
염라대왕은 다시 물었다. “너는 인간계에서 둘째 천사를 본적이 없느냐”. 악인: “본적이 없습니다”. 염라대왕: “너는 병에 걸려 혼자 눕지도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악인: “그것이라면 보았습니다”. 염라대왕: “너는 그 천사를 만났으면서도 자기가 병든 몸임을 잊어버렸다. 몸이 성할 때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염라대왕이 또 다시 물었다. “너는 인간세계에서 셋째 천사를 못 보았느냐”. 악인: “본적이 없습니다”. 염라대왕: “그러면 너는 썩은 시체를 보지 못했단 말인가”, 악인: “아닙니다. 그런 것이라면 많이 보았습니다”. 염라대왕: “너는 그 천사를 만났으면서 죽음을 생각지 않고 등한히 했다. 때문에 지금 보복을 받은 것이다”,
붓다는 인간 스스로가 한 일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문답을 소개한 후에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타일렸다.
“ 노, 병, 사가 이 세상에 보내진 세명의 천사다. 천사를 보고 깨우침을 등한히 하지않은 사람은 행복하려니와 천사를 보고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영구히 슬퍼해야 할 것이다”
노인이나 병자나 죽은 사람 자체가 천사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자신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것들을 늘 눈으로 보면서도 절실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생사의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일상적 현실이 해결될 수는 없다. 불교는 이런 근본적 현실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