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백운
불교 태고종 강원교구 종무원장
(춘천 석왕사 주지)
우리들은 ‘현실’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역사적 현실이니, 현실의 인식이니 등등. 그리고 죽음이니, 영원이니, 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들을 비현실적이라고 비웃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이 말하는 현실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아마 신문의 정치면이나 경제나 사회면 나오는 기사 같은 것을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붓다도 현실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그의 현실은 신문지상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인 문제는 아니다. 이 세상의 경제, 정치, 문화 같은 것들은 흔히 사람들의 욕심스러운 겉모습이라 말할 수 있다.

붓다는 먼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괴로워 하는가”를 물었다. 붓다는 인간의 현실을 네 가지 고통으로 표현했다. 생(生), 노(老), 병(病), 사(死)가 그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기본적인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말하는 현실이라는 것도 이 기본적 현실이 던지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본질적인 현실에 대하여 외면하고 있다. 삶, 늙음, 병듦, 죽음 그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것에서 막상 당면하고 나서야 어쩔줄을 몰라 몸부림 친다. 이와 관련해 ‘중지부경전’에 재미있는 설화가 있어 소개한다.

지옥에 떨어진 악인과 염라대왕이 대화한 내용이다. 먼저 염라대왕이 끌려온 죄인에게 물었다. “너는 인간 세계에 있을 때 첫번째 천사를 보지 못했는가”, 악인이 대답하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염라대왕: “그렇다면 너는 나이 많아 허리가 구부러지고 지팡이에 매달려 비척거리면서 걷는 사람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악인: “그런것 이라면 보았습니다”. 염라대왕: “너는 그 천사를 만났으면서도 자기가 늙어가는 사람이요. 부지런히 착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오늘의 보복을 받게 된 것이다”

염라대왕은 다시 물었다. “너는 인간계에서 둘째 천사를 본적이 없느냐”. 악인: “본적이 없습니다”. 염라대왕: “너는 병에 걸려 혼자 눕지도 일어나지도 못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단 말인가”. 악인: “그것이라면 보았습니다”. 염라대왕: “너는 그 천사를 만났으면서도 자기가 병든 몸임을 잊어버렸다. 몸이 성할 때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지옥에 떨어진 것이다”

염라대왕이 또 다시 물었다. “너는 인간세계에서 셋째 천사를 못 보았느냐”. 악인: “본적이 없습니다”. 염라대왕: “그러면 너는 썩은 시체를 보지 못했단 말인가”, 악인: “아닙니다. 그런 것이라면 많이 보았습니다”. 염라대왕: “너는 그 천사를 만났으면서 죽음을 생각지 않고 등한히 했다. 때문에 지금 보복을 받은 것이다”,

붓다는 인간 스스로가 한 일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문답을 소개한 후에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타일렸다.

“ 노, 병, 사가 이 세상에 보내진 세명의 천사다. 천사를 보고 깨우침을 등한히 하지않은 사람은 행복하려니와 천사를 보고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영구히 슬퍼해야 할 것이다”

노인이나 병자나 죽은 사람 자체가 천사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자신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것들을 늘 눈으로 보면서도 절실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생사의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일상적 현실이 해결될 수는 없다. 불교는 이런 근본적 현실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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