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현 춘천교대 교수

윤지현  춘천교대 교수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진다고 일찍이 시몬느 드 보봐르는 말했다. 그러나 어디 여성뿐이겠는가? 남성 역시 남성으로서 사회화되고 길러진다. 남성은 우수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각종 폭력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남성을 어떻게 기르고 있는 것일까?

엄마 뱃속에서 성의 분화가 이루어진 후 유아기부터 아동기 초기까지는 남녀의 분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가족과 사회는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아이들에게 열심히 구별 짓는 사회화를 시킨다. 가장 큰 차이는 부모의 양육 태도에서 볼 수 있다. 남자 아이들의 거친 행동은 남자아이다운 것으로 격려되거나 방치된다. 반면 여자 아이들의 거친 행동은 여지없이 제재가 가해진다. 수줍음을 많이 타거나 내성적인 남자 아이들은 부모의 큰 걱정거리이다. 이런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로부터 쉽게 집단 따돌림 혹은 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또래와 대중문화의 영향 속에서 더욱 남자답고 여자답게 변해간다. 여자 아이들의 우정은 엄마를 통해서 근본적으로 관계 지향적 성향을 지닌다. 늘 함께 하고 보살피면서 관계에 헌신하는 것은 여자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정의 중요한 본질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정의감을 바탕으로 하는 남자아이들의 우정에 비해 얼핏 지나치게 타인중심적인 것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의 우정은 사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본질적 속성이다. 우정은 애정의 기본 틀로 이것은 성인기의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남자가 남자답게 되는 것을 배운다고 주장하는 David Morgan은 남성성의 핵심이 이성적이고 경험이 많은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에 있다고 본다. 즉 많이 알고 직접적인 경험이 많다는 것은 더 남자답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성문제와 집단 따돌림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남성들은 군대의 경험과 각종 조직문화의 경험들을 하게 된다. 또한 여전히 가정 안의 직접적인 보살핌노동과 가사노동으로부터 면제받으며 지속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거칠며 때로는 공격성과 충성심을 남성성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조직문화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남성들이 극심하게 딜레마를 느끼는 것은 자신들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기르면서부터이다. 어떤 남성들은 자신의 가정을 꾸린 뒤에도 잘못 배운 남성성을 버리지 못한다. 이런 남성들은 자신의 뜻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폭력을 휘두르거나 가족 안에서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인다.

분명히 남성도 길러진다. 그러나 남성으로서 올바로 성장하게 하는 길은 어릴 때부터 자기중심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의 폭 넓은 측면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남자 아이들의 폭력,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 아이들에게 앞으로 놓여진 길은 더 왜곡된 남성성의 교육과정이다. 남자 아이들에게 온순하고 바르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돌보는 태도를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것은 결코 여자 아이처럼 기르는 것이 아니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부모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본다면 이러한 과정은 너무나 필요하다.

가족과의 행사가 많은 5월에 남자 아이들에게 칼이나 총 대신 동물이나 동물 인형을 선물해보자. 아버지들은 단 며칠이나마 ‘남성답기’를 거부하고 가족과 함께 실컷 맘 편히 놀아보시기를 권한다. 새로운 남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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