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지현 순경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 1992년 12월에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의식불능 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오빠와 함께 나는 할머니 댁으로 옮겨져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강릉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던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오빠와 부모님의 사랑으로 아쉬움 없이 생활했다.

엄마가 입원한지 2주쯤 지났을 때 중환자실로 엄마를 찾아갔다. 하지만 온몸을 뒤덮고 있는 각종 검사기의 연결관, 그리고 호흡이 안 되어 목에 구멍을 뚫어 놓은 모습, 코로 연결되어 있는 음식 투입관, 대·소변을 받아 내는 모습 등등. 어린 나이에 차마 감당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후 엄마는 4개월 동안의 입원생활, 정기적인 검진, 가정에서의 민간요법 등으로 건강이 크게 호전됐다.

물론 지금까지 엄마의 대·소변 처리, 음식 수발, 옷 갈아 입히기, 목욕 시켜주기 등의 간병은 아빠가 담당하고 있으며, 엄마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TV 리모콘 작동, 전화 걸고 받기, 간단한 대화 정도다.

어머니가 건강을 잃으신지 15년이 지났지만 나와 오빠는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온몸이 불편해 앉아 있기조차 힘든 몸이지만 자신의 아픔을 잘 참고 견디며 가족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는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다.

취직후에도 이 일과는 계속되고 있다. 퇴근후 집으로 갈 때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먹고 싶은 것 또는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 사 가는 것이다.

이제 사회인으로 첫 발을 시작한지 5개월이다. 경찰관 시험에 합격하고 엄마에게 그 소식을 전했을 때 양팔의 균형을 잡지 못해 박수친다는 것이 당신의 얼굴을 때리기도 하면서 열심히 박수치며 좋아하던 모습이 바로 엊그제 같다.

온몸이 불편해 일어서지도 못하고, 대·소변은 주위의 도움없이 볼 수 없는 당신이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어머니다. 엄마 ! 영원히 사랑합니다.

황지현·평창경찰서 진부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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