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춘
1992년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의 빌 클린턴에게 패배한 것은 전적으로 경제실패 때문이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클린턴을 뽑고도 그가 무능과 실정을 거듭했던 카터의 길을 밟지 않을까 걱정했다.

1994년 11월 중간선거에서 1953년 이후 41년간 상·하원을 장악했던 민주당의 참패로 끝났다. 여기서 큰 충격을 받은 클린턴은 여론을 받아들여 일부장관과 참모들에 가계 전문가들을 발탁하는 한편 작은 정부 추진은 A 고어 부통령에게 맡기고 자신은 경제살리기에 전념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따른 상당수 국민과 야당의 반대로 출범한지 80일 만에 흔들리고 있다. 광우병에 관한 각종 우려를 내용으로 한 괴담·괴설·괴소문들이 번지고 국회의 청문회와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야당의 파상공세가 전개된 것이다. 정부의 쇠고기 수입 결정에 대한 불만과 광우병 대책 등에 대한 불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지난 1년반 이상 40~50%선으로 야당을 크게 처지게 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29~24%선으로 추락했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포괄적으로는 지난해 17대 대선서 350여만표차로 압승, 국민의 지지속에 10년만의 정권탈환 등에 따른 느긋함, 지나친 자신감과 오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쇠고기 수입 및 광우병 대책과 관련한 관계부처와 기관, 장관과 고위 참모들의 태만과 무사안일한 자세다. 적당주의식 대처가 광우병에 관한 괴담이 퍼지게 하고 국민의 의구심을 키우고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것이다.

필자는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고려해 확고한 대책과 준비없이 무조건 선뜻 합의해줬다는 일부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앞의 정부 때부터 중요한 현안으로서 국민의 건강과 안정한 식생활을 위해 보다 엄격한 안전기준 등을 확보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합의한 직후 전문가를 동원해 전국민에게 합의 내용과 안전의 수준등을 각국의 사례 등을 비교해 대대적으로 설명·계몽하고 각 정당과 주요단체들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충분한 브리핑을 했어야 했다. 합의 내용을 언론발표로 그치고 그후 각 정당과 교육계 식품업계 등을 대상으로 별다른 설명이 없었음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다. 또 수입을 결정하고 이 대통령이 귀국후 근보름이 지나도록 한가하게 있다가 괴담 괴소문으로 국민이 불안해 하고 여론이 술렁이고 특히나 대통령이 질타하자 뒤늦게 허둥대고 우왕좌왕식의 설명을 한 것은 한심하기만 하다. 게다가 미국의 연방관보에 실은 동물성 사료의 금지를 두고 오독·오역 얘기속에 정부의 해명이 오락가락한 것은 어지러울 지경이다. 쇠고기-광우병 파문은 새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려는 17대 마지막 국회에서의 한미 FTA협정 비준안을 비롯한 국정 개혁과 쇄신관련 법안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정부로서는 적지 않은 상처가 틀림없다.

이 대통령은 어제 “이번 쇠고기 수입결정에 따른 국민의 의구심과 불신은 국민과의 의사소통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정부의 태만한 대국민 자세를 인정했다.

이제 이 대통령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장관과 참모들이 대통령만 쳐다보지 않게 하고 모든 사안·문제·현안 발생 때 스스로 나서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과의 대화, 모든 것을 설명·납득시킨다는 대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적당한 시기에 인사쇄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이성춘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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