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현 옥

문화 커뮤니티 금토 대표
# 상황1- 공보실로 가세요

PR 전공 학자와 관련 분야 현업종사자 및 학생들이 모인 자리. 관련 학자가 질문한다. “제가 아는 모 학회가 창립하는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려고 해요. 언제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저에게 묻는데 글쎄…”

언론에 뉴스가 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자는 잘 알 길이 없다. 언론과 끊임없이 관계를 갖는 실무자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한다. 그 뉴스는 어느 부서에 맞겠다, 자료보내는 시점은 언제가 좋다….

그 조언을 듣던 어느 지방신문 기자가 아주 간단하게 한마디 한다.

“관청 공보실에 의뢰하세요. 그러면 출입기자들에게 공보실에서 자료를 모두 보내줘요.”

그 한마디에 언론매카니즘과 홍보 실무를 제법 안다고 생각했던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입맛이 무척 썼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쓴 오이꼭지를 씹은 맛이 입을 감돈다.

# 상황2-보도자료를 주세요

나의 기자시절, 출입처가 관청과는 멀었던 내게 보도자료는 읽어야 할 텍스트로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신문사를 그만두고 나서 이것은 언론홍보를 위해 늘상 하는 글쓰기의 하나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기자들의 관심을 끌까 하는 고민과 함께….

요즘 기자들은 보도자료가 있어야 기사를 쓴다. 보도자료 한줄 쓰지 못하는 단체가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 보도자료를 어떻게 쓰고 배포해야 하는지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의 보도자료 만들기는 예전에 생각하던 방식과 참 많이 다르다. ‘간단히 기본 사실을 간결하게 알리고 기자가 나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보도자료가 좋은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하던 나는 이제 내가 했던 말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가능하면 기자가 더 생각할 것 없이 그대로 싣도록 완벽한 기사 문장으로 써서 가장 효과가 좋은 사진 한 두 개만 넣어서….’

지난 정권에서 기자실 폐지가 논란이 되었던 기저에는 기자실을 중심으로 한 정보의 독점적 흐름이 존재했다. 이로 인해 기자실은 개방형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나 형식이 바뀐 것에 비해 의식이 얼마나 변해가고 있을까 궁금하다. 공보실이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활용하는 기자의 태도를 보면서 갖게 되는 의문이다. 사실 요즘 공보실의 보도자료는 출입기자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 동시적으로 전달된다. 그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전적으로 기자의 몫이 된다.

고정된 출입처는 그 분야의 깊이를 갖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다양한 뉴스원 발굴과 기사의 다양성을 해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보도자료에 의존하다 보면, 기사는 정보 제공처의 홍보 의도를 넘지 못하게 된다. 수집된 정보를 다각도로 해석해보고, 자료의 이면을 캐보는 기자적 근성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자들이 얼마나 보도자료에 의존하는가 하는 궁금함에서 3, 4월 2개월간 춘천시청이 제공하는 보도자료와 실제 반영된 보도기사 건수를 측정해 보았다.

총 제공된 건수 234건 중 118건, 50%를 약간 상회하는 기사가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행정이 신속히 정보를 제공하고 이것을 반영하는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사내용이 보도자료가 제공하는 뉴스를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강촌사륜오토바이 전용트랙설치 관련, ‘효과 의문’(3월19일자)기사와 시청사후보지 공모와 관련, ‘심사과정 논란예고’(3월20일자) 등의 기사는 이런 지적에서 벗어나 있는 기사이다.

매일 아침 읽는 신문에서 어느 신문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뉴스들이 넘쳐난다. 매일 먹는 밥이지만 우리 엄마가 만들어주는 밥맛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기자들에게 엄마표 밥상을 주문하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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