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실시한 후 20여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외교와 교섭에 있어 그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지만 또한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잘못을 저질렀다.

노태우 대통령이 1980년대 말 냉전체제의 붕괴에 즈음해 북방외교를 내건 것은 적절했다. 그러나 실행에 있어 졸속과 실수를 거듭했다. 러시아의 경우 수교의 대가로 외국은행서 30억 달러를 빌려 차관을 주었다가 회수에 애를 먹고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켰다. 1992년 중국과 수교에 앞서 “6·25참전에 대해 사과를 받겠다”고 큰 소리쳤으나 단한마디의 사과도 듣지 못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대북교섭도 깜짝쇼식으로 추진했다. 북한이 핵 소동을 벌인 뒤 1994년 식량원조를 요청하자 통일부를 제쳐놓고 기획원 차관을 보내 쌀 15만t 지원에 합의했다. 이어 김영삼 대통령은 회견에서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쌀 운반선이 한때 억류되고 북한기를 게양해야 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월 분단후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화해협력 등에 합의한 것은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회담대가로 수억 달러를 몰래 준 것이 드러나 국민을 불쾌하게 했다. 이산가족의 상봉과 각종 회담의 개최는 성과라 해도 선언에 명시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행방불명이 됐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초에 엉성한 준비상태에서 일본과 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역사적으로 분명한 우리영토인 독도를 중간수역으로 합의해 준 것은 엄청난 실책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한 일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함으로써 이승만 대통령은 물론 1965년 한일수교 때도 제외시켰던 독도를 저들에게 영토라고 주장하는 빌미를 준 셈이다. 그 뿐인가, 별다른 대책도 없이 졸속으로 협정을 맺어 수많은 동남해의 어민들이 졸지에 폐업하게 하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한미동맹과 한미일간의 대북공조체제를 껄끄럽게 한 것은 장차 평가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마찰을 거중 조정하겠다고 갑자기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을 내세워 관계국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어느 나라도 공감하지 않아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은 약속한 지 7년이 지나도록 서울 방문을 생각지도 않는데 임기만료 불과 4개월을 남겨두고 평양에 가서 각종 사업과 자금이 따르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안에 합의해 많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아 미국 쇠고기 수입결정과 광우병에 대한 계속되는 반대여론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쇠고기 수입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교섭이 계속돼 왔고 언젠가는 타결지어야 할 숙제이지만 국민의 건강을 고려 보다 엄격한 검역 등 수입조건을 내걸었어야 했다. 이런 중요한 현안에 합의하고도 한가하게 있다가 국민들이 반발·분노하고 대통령도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자 뒤늦게야 허둥대는 농림당국의 모습은 한심하기만 하다.

이 파동은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새 정부의 위상을 적지않게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의 노력으로 미국과 협의 끝에 광우병 위험물질 부위를 수입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등 검역주권을 명문화하는 외교서한을 교환 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이것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게 아니다. 앞으로도 미국과 병든소 대책을 강구하고 대국민 설명·설득 노력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쇠고기수입협상에 대한 평가는 장차 다각적으로 내려지게 될 것이다.

언론인·전 고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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