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형기

홍천군 서석면 번영회장
산골마을이 비어가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산골은 노인촌으로 변해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된다. 아이는 없고 어른만 있어 연령분포비율이 역삼각형의 기현상을 이루는 농촌이 머지않아 그냥 주저앉고 말 것 같은 느낌이다.

이대로 가다보면 도시는 비대해지고 농촌은 일할 사람이 없어 농업의 기반이 무너지면서 식량의 위기를 맞을 날이 곧 올 것 같다.

이런 시골에 한 가닥 희망이라면 고등학교가 있는 지역은 그나마도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있어 미래가 보이지만 이마저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 같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때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시행하는 교육정책으로 기숙형 공립고를 육성하여 학교당 50억원 지원해 시골학생들의 학력을 제고시켜 보겠다는 계획이 진행되면서 산골 학부모들을 큰 기대감에 부풀게 했다. 시골이라 원거리를 통학하는 열악한 면학조건을 기숙사를 지어 통학의 문제를 해결하여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도움을 받게 된다고 기대에 찼던 학부모와 학생들은 마치 장마철의 구름사이로 잠깐 비췄던 햇빛처럼 기대만 남기고 사라져 버릴 위기에 와있다. 강원도교육청의 기숙형 공립고 선정기준을 이미 우수고로 선정된 군 소재지에 있는 11개교를 지원 하겠다고 하니 면 소재지 학교나 우수고로 지정받지 못한 학교는 그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다. 우수고의 선정 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수고라고 하면 학생성적이 우수한 학교를 중심으로 선정이 되었어야 합당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육상선수를 선발하는데 기록이 제일 좋은 학생을 그 부모가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는다고, 시골출신이라고 선수에서 제외하고 가정환경이 좋은 조건의 능력 없는 선수를 선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수고로 선정된 학교보다 평균성적이 높은 학교가 우수고로 선정되지 않은 걸 보면 그 기준을 어디에 두고 우수고를 선정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런 등등의 여건들을 볼 때 이번 기숙형 공립고 선발은 그 기준이 매우 애매모호한 느낌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전화로 알아보니 우수고를 포함해서 학교발전가능성, 학업성취도, 대학진학률,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등 선정기준이 정해져 있는데도 도교육청에서는 이미 지정된 우수고만을 고집하며 지원하려고 하는지 그 저의를 모르겠다. 또한 미리 우수고를 지원할 계획을 세워놓고도 도내 34개 학교에서 신청서를 받은 도교육청의 처사가 마음에 거슬린다. 지원대상학교를 쉽게 선정할 수 있는 방법보다는 기숙형 공립고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학교를 찾아서 지원하는 것이 정책을 올바르게 수행하는 게 아니겠는가.

우수고로 지정된 학교는 거의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학교를 보수하였는데 이번에 또 기숙형 공립고로 선정하여 50억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계획은 무슨 발상인가. 산촌에 살아 힘이 없다고, 학생 숫자가 적다고 빈익빈의 가난한 슬픈 대우를 계속 받아야 옳단 말인가. 농촌의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지만 그나마 시골에 고등학교가 있어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천혜로 알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일념으로 야간자율학습을 받고 밤중에 귀가 할 때 농사용차로 등하교 시키는 학부모의 어려움을 기숙사를 지어 좀더 나은 조건 속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보자는 대통령의 취지가 시행부처의 안이한 선정방법으로 본연에 어긋나게 예산투자가 되면 정부의 훌륭한 정책은 빛을 잃고 말게 된다.

정말로 기숙사가 필요한 산촌지역 학교에 기숙형 공립고를 선정하여 기숙사에서 공부하며 쌓은 실력으로 도시 학생들과 겨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게 되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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